"유리창이 너무 얇아 애들이 다쳤어요"

한 주부의 이유 있는 문제제기…주택공사 "앞으로 개선" 약속

등록 2008.02.28 17:13수정 2008.02.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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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유성에 위치한 S국민임대 아파트에 사는 윤지문씨의 안방 창문.
대전 유성에 위치한 S국민임대 아파트에 사는 윤지문씨의 안방 창문.장재완

국민임대아파트의 안방 유리창이 깨져 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부모는 시공사인 주공이 지나치게 얇은 유리를 사용해 안전사고가 발생했다고 문제제기를 했고, 주공은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한 주부의 이유 있는 문제제기가 앞으로 매년 10만 가구씩 분양될 예정인 국민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한 셈이다.

겨우 3mm 두께의 유리…누르면 금방이라도 깨질듯 '출렁'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S국민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부 윤지문씨는 지난해 10월 이 곳으로 이사했다.

새로운 집에 들어오게 됐다는 기쁨도 잠시. 이사한 다음날 저녁 윤씨의 7살 딸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는 안방에서 놀다가 안방과 발코니를 가르는 창문의 유리를 손으로 짚었고, 그 유리가 깨지면서 유리파편이 아이의 손목에 상처를 입혔다.

담당 의사는 인대가 손상됐을지 모르니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권유했고,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인대 손상없이 상처를 꿰매는 것으로 아이를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3주 동안 통원치료를 해야 했다. 윤씨는 "만일 깨진 유리가 아이의 얼굴이나 급소를 덮쳤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섬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씨는 깨진 유리를 다시 갈아 끼우면서 또 다시 놀라야 했다. 가로 120cm, 세로 180cm 크기의 유리창에 겨우 3mm 두께의 유리가 끼워져 있었던 것. 게다가 유리를 갈아 끼우러 온 업체 관계자도 "최소 5mm는 되어야 하며, 이 정도 두께의 유리는 운반하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 유리의 가운데 부분을 눌러 보니 금방이라도 깨질 듯 출렁거렸다. 또 누가 봐도 이 정도 넓이의 면적에다 사람의 손이 쉽게 닿는 안방의 유리창이라면, 좀더 두꺼운 유리로 시공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또 같은 아파트에서도 해당 유리창이 깨진 집이 여러 곳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본인들의 과실로 알고,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었다.

윤씨는 "주택공사가 국민임대아파트라고 분양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얇은 유리를 사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들었다"고 회상했다.

"맘 놓고 살만큼 안전한 집 지어달라는 것일 뿐"

윤씨는 이후 이같은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관리사무소에 항의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아이들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는 다시 주택공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설계 대로 시공했기에, 시공에는 문제가 없으며, 해당 유리의 두께에 대한 규정이나 법적인 조항은 없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윤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미 분양된 아파트는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앞으로 지을 수 많은 아파트에서 이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더욱 싸워야 했다.

그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받아 시공 당시의 도면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았다. 해당 유리창에는 실제 3mm의 유리를 사용토록 되어 있었다. 현재 이 단체는 도면을 근거로 전문가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결과에 따라서는 주택공사에 시정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윤씨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글로 써서 이 단체 홈페이지에 올렸다.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 아파트 건설사가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윤씨는 이 글에서 "아파트를 시공한 관계자들이 직접 이곳에 살 생각을 하고 집을 지었다면 이 두께의 유리로 유리창을 만들어 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근사하고 멋진 집을 지어달라는 게 아니라 맘 놓고 살만큼 안전한 집을 지어달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시민 참여가 더 나은 세상 만들어 간다는 것 보여준 사례"

이에 대해 주택공사 고객지원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원을 접수받아 현장에 나가 조사도 해 봤으나, 애초의 설계대로 시공이 되었을 뿐, 시공상의 문제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다만, 이러한 민원이 발생했으니 앞으로 설계할 때 이를 반영해 달라고 본사 설계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주공 본사의 홍보실 관계자는 "해당 유리의 두께를 규정하는 법적인 장치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현재 사용된 3mm의 유리는 자체 내규에 따라서 사용된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새롭게 짓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이러한 안전상의 문제를 적극 반영해 설계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한 주부의 이유 있는 문제제기를 통해 향후 새로 지어질 아파트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국장은 "주택공사가 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모니터하고, 다른 민영 아파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점검해 볼 계획"이라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유리창 #국민임대 #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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