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작은 것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문종성
내가 마이더스의 손으로 존중하는 분야는 세 개가 있다. 컴퓨터를 만지는 손, 그림을 그리는 손, 그리고 기계를 다루는 손이 그것이다.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는 그 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깊은 탄복과 함께 4차원의 세계를 바라보는 듯한 황홀한 감동을 느낀다. 어떻게 그 복잡한 언어를 산수 셈 하듯 가뿐하게 해석하고 똑같은 도화지 위에 어쩜 그리 다른 풍경이 사실처럼 그려질 수 있으며 복잡다단한 기계를 마치 소꿉장난 하듯 다룰 수 있는지.
'마이너스의 손'. 나는 언제나 내 손을 가리켜 이렇게 부르곤 한다. 학창 시절 극악의 붓놀림과 거친 4B의 동선으로 그림으로는 A를 받아본 기억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가 히브리어보다 더 난해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오죽하면 매번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작하다 화끈하게 고장을 내 동생에게 핀잔을 들을 정도니 자판과 마우스에 손을 함부로 놀리기가 두렵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세 번째 이유. 사람과 기계 사이에도 기가 통하는 건가 몇 번을 의심한 사건들이 있었는데 내가 기계만 만지기만 하면 무조건 고장은 먹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 중에도 캠코더와 렌즈가 고장 나 거금을 들여 수리를 했었고(물론 잃어버리긴 했지만), 그간 내가 집이나 공공장소에서 고장 내 먹은 기계만도 여러 대이다. 최고의 악몽은 군대 시절 교회 시설 관리를 맡자마자 바로 온풍기와 난로, 전등이 시차를 두고 차례로 고장난 적이 있었는데 이때부터 스스로에게 심각한 회의에 들며 매커닉 포비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이너스의 손은 기계 앞에만 서면 한없이 초라해지기만 했고 실수와 잘못, 우연한 사고가 겹치면서 회복불능의 자신감 결여로 지금까지 열등감에 가까운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또 좋지 않은 습관을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긁어 부스럼이 부담스러워 기계의 어떠한 조그만 하자에도 남에게 의존하며 돈으로 해결하려는 습성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러게 되기를 방관하지 않았으니 나름 큰 맘 먹고 도전해 본 소소한 수리들도 몇 개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 나를 더욱 깊은 좌절의 수렁으로 빠트려 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마이너스 손의 저주인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