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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찬바람이 드세며 겨울이 다가올 조짐이 보일 때부터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언제부턴가 겨울이 전혀 겨울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한사온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말이 되기도 했고 흩날리는 정도라도 꼭 보고 싶은 눈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어린 시절, 겨울마다 함박눈에 익숙했던 때를 기억해보려니, 눈 못 보는 겨울이 늘 아쉽다 못해 서럽기까지 했다. 좀 지나치다 싶겠지만, 함박눈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그가 적도지역 사람이라도 정말이지 겨울마다 함박눈을 기대할 게다. 어쨌든 못내 불안한 마음으로 올 겨울을 맞이했었다. 지난해 11월 제법 굵게 내렸던 첫눈은 어쩌다 그런 거려니 했다. 그렇게 올 겨울 한 복판으로 들어섰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맞이했던 올 겨울.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각지 않은 때에 생각지 않게 많은 눈이 때때로 내렸다. 그리고 이제는 겨울이 다 끝나지 않았나 생각하던 때, 바로 엊그제(25일) 오후 내내 눈이 펑펑 내렸다. 한국 어느 곳이나 이곳 인천처럼 눈꽃 세상이 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길 가는 사람과 차들이 겪을 불편함은 잠시 잊은 채.
엊그제(25일) 내린 눈이 정말 이번 겨울이 지나간다는 마지막 신호가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올 겨울에, 이미 내 발길이 꽤 많이 남아있는, 동네 뒷산에서 이런 눈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모르기 때문에 무심코 그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느 산과 다를 바 없이 야트막하고 고만고만한 동네 뒷산이지만 한 켠에 주말농장도 자리한 꽤 봐 줄만한 뒷산이다. 게다가 내 손길 하나 하나 다 기억하고 있을 참 좋은 산이다! 사실, 새침떼기마냥 얼굴을 그렇게 달리 한 모습을 본 일이 없었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빙 둘러봤다. 반대편으로 가는 길도. 그리고 언젠가 다시 겨울이 왔을 때 이번에 본 그 놀라운 변신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몹시 궁금해하며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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