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남주홍, 새정부 통일부 장관으로 적합하다

등록 2008.02.27 09:11수정 2008.02.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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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홍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한창인 가운데 다수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아예 남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 자체마저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로 흡수통합 될 운명에 처했던 통일부를 살려냈으니, 그 수장에 대한 애착도 남다를 게다. 정동영씨나 이재정씨 같은 사람이 통일부에 적격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남 내정자는 ‘반통일세력’에 속하는 부적격 한 대상일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민주당류의 이러한 인식은 대단히 부분적이고 일면적이다. 이들은 통일을 바라고 스스로 통일세력임을 자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통일의 구체적 경로와 구조적 역학에 대한 인식 수준은 낮아 보인다.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북한정권의 비위를 잘 맞춘다고 통일되지 않는다. 연방제나 연합제를 주장하면 통일세력이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나 흡수통일을 주장하면 반통일세력이라는 인식은 철지난 ‘그들만의 편가르기’일 뿐이다.

 

독일이나 예멘의 통합과정에서 봤듯이 남북간 통일은 필연적으로 정치군사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등 복잡한 여정을 수반하는 고난도 플랜이다. 따라서 대북 및 통일정책은 정치군사적 위기관리를 기본으로 남북간 교류와 협력, 주변 4강 외교, 국내정치 상황 관리 등 주요과제들을 종합적으로 코디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수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통일부는 대체로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등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세계적 탈냉전과 북핵문제의 대두, 국내 정치의 민주화로 통일정책과 안보정책이 얽히고,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이 혼선된 것을 물론, 남북관계가 국내정치화 되는 양상이 일상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의 역할과 기능은 변하지 않았다. 이 점은 대북 및 통일정책을 새롭게 정립 중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제기되는 핵심과제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통일정책의 결정과 추진과정을 연구한 연구자로서 더 이상 통일정책이 통일정책만으로 존재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국의 통일정책은 군사안보 및 외교정책과 밀접히 결합되어야 하고, 국내정치하고는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북핵문제가 남북관계 및 통일정책의 핵심현안으로 전면화 된 상황에서 통일정책은 필연적으로 군사안보 및 외교정책과 같이 가야할 필요가 있다.

 

노태우 정부 시기 대북정책을 추진했던 집권세력 내 강온파간 갈등이나, 취임식에서 민족우선주의 노선을 천명했던 김영삼 정부가 온탕 냉탕을 오가며 대북정책상 혼선을 거듭한 것도 그 본질은 북핵 의혹이 터진 이후 통일정책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데 있었다. 뿐만 아니라 1차 핵위기가 북-미제네바합의로 일단락 된 이후 가시화되었던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1990년대 후반 제기된 파키스탄-북한간 농축우라늄 기술 거래 의혹, 2002년 2차 북핵 위기로 인해 논란과 좌절을 경험했던 것도 동일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을 전후에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존폐의 기로에 처하고, 양보할 수 없는 좌우간 논란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결국 통일정책과 군사안보 및 외교정책의 혼선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운영으로 통일과 군사안보 및 외교정책의 종합적인 검토 및 추진 시스템을 안착한 듯 했지만, 정책 결정자들이 민족중심의 통일정책을 지나치게 독자화하면서 사실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는 남북관계를 정략적 목적으로 국내정치에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냉전시기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탈냉전시기 민주화 정권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탈냉전시기에는 민주화라는 국내정치 환경의 변화와 인적 물적 격변을 수반한 수평적 정권 교체로 집권세력은 물론 반대세력들까지 공공연하게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활용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국가의 통일정책으로 결정될 수 있었던 본질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건국 이래 최초로 이루어진 여야간 수평적 정권교체에 따른 국내정치의 구조적 변동, 즉 소위 민주화세력의 집권이었다. 권력을 장악한 민주화세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했던 역사적 경험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공유했고 역사인식, 대북관과 통일관, 인적구성, 지지세력 등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지배세력과 달랐다.

 

이들의 등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탈냉전 이후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로 남아있던 반공주의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기존 지배세력과 다른 통일관에 기초한 새로운 통일정책의 태동을 가져오는 것이기도 했다. 이 점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대북한 화해협력 노선을 표방한 노태우-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과 그 본질에서 차이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햇볕론자들은 대북포용정책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규정한 듯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NLL 등 안보문제가 전면화 된 상황에서도 정책의 일관성을 이유로 햇볕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햇볕정책 비판자들을 반통일 또는 전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뿐만 아니라 불법 대북송금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근거로 이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었다. 이러한 원인은 자신들만이 선이라는 독선의식과 ‘민주 對 독재’ 전선이 사라진 이후 ‘통일 對 반통일’ 전선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한 정치전략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감상적 통일지상주의가 자리했을 것이다.

 

이렇듯 김대중 정부 이후 집권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과 햇볕정책의 성패를 동일시하는 상황이다 보니, 모든 남북관계 현안이 국내정치에 활용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권시기 야당 및 반대세력 또한 남북관계를 국내정치화 하는데 일조했다. 이들은 햇볕정책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친북세력의 음모로 치부했고, 실제로 이를 대국민 정치선동으로 활용해 왔다. 특히 이들은 1997년 소위 민주화세력에게 정권을 내 준 이후 이를 되찾기 위한 절치부심의 과정에서 햇볕정책을 주요 타깃으로 공격하면서 북한 핵개발의 책임을 몽땅 햇볕정책에 떠넘기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합리적 대북정책을 위한 대안의 모색보다 햇볕정책을 둘러싼 이념논쟁이 과도하게 촉발된 배경에는 정권쟁취를 의도한 이들의 정략적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점은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결정자들이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필자가 남주홍 내정자를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적합하다고 본 이유는 탈냉전 이후 한국의 통일정책에 대한 위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남 내정자의 저서 등을 살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남교수는 대북한 통일정책과 안보정책, 외교전략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한 학자이자 북한의 대남전략을 잘 알고 현장에서 상대하고 지휘할 수 있는 정통한 대북전략가 중 한 사람이다.

 

이 점에서 남 내정자는 이전의 일면적 통일정책이 아닌 대북한 군사안보정책 및 외교정책을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현 시기 통일부의 통일정책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적합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일부의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원래 사람은 선무당이 잡지 정통한 전문가들이 잡지 않는 법이다. 남 내정자는 통일정책과 안보정책, 외교정책이 혼재된 오늘날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 수 적임자다. 

 

또한 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고질화된 병폐를 단절하는 데도 남 내정자가 적격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가 현실 정치인이 아니며, 미래의 정치적 성공을 꿈꾸고 있는 정치 지망생도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이것은 오랜 기간 남주홍 교수를 보고 느껴왔던 필자의 판단이다. 두 번째 이유는 남 내정자가 한나라당 등 현실정치의 어떤 계파와도 연계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들은 남 내정자가 장관으로써 자신의 전문가적 식견과 소신을 펴고, 냉정한 평가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온전하게 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국내정치적 이용을 구조적으로 제약할 수 있는 조건임이 분명하다.

 

이명박 새 정부의 통일부 장관으로 남주홍 교수가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남 내정자에 대한 국회청문회가 꼭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그리고 청문회 과정에서 그간 양분되었던 지난 10년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평가가 보다 근거 있게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청문회 과정을 통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의 기조나 원칙 등 총론은 물론 다가오는 비료 및 쌀 지원 등 당면 현안이나 구체적인 쟁점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이 오갈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통합민주당은 정략적 목적으로 언론 뒤에 숨어있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청문회에서 진검승부를 벌여주길 당부한다.

2008.02.27 09:11ⓒ 2008 OhmyNews
#통일정책 #남주홍 #남북관계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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