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새벽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국무위원 내정자들과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
인수위원회
[키워드 ②] 고·소·영, 강·부·자이명박 정부의 '오만'은 조직 인선에서도 두드러졌다. 특히 새롭게 구성된 청와대 수석 인사를 두고는 '고·소·영'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서갑원 통합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열린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 수석 중에 충청·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다"며 "'고·소·영'이라고 들어봤냐, '고·소·영 S라인'이라고는 들어봤냐"고 다짜고짜 따져 물었다.
'고·소·영'은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의 앞말만 딴 것으로, 새정부 실세라인의 출신성분 분류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S라인'은 서울시청 출신이고, 'T라인'까지 붙이면 테니스 인맥을 말한다. 이 대통령이 테니스를 즐기기 때문에 그 쪽 인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농담이 심심치 않게 오간다.
새정부 초대 각료 후보자들의 재산을 둘러싸고는 '강·부·자', '강·금·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강·부·자'는 탤런트 강부자가 아니라 '강'남, '부'동산, '자'산자를 줄인 말이다. '강·금·실' 역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강'남에 '금'싸라기 땅을 '실'제로 소유한 사람들이 장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962억원, 그래서 '1억달러 내각'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일부 후보자들의 재산형성 과정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새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 의혹을 조기에 발견해 차단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 대통령이 이미 '자격미달'인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각을 밀어붙였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불도저 이명박 대통령 "뭐가 문제냐"실제 이 대통령측은 "재산이 많은 것이 무엇이 문제냐, 일만 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영어 공교육 강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할 때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일축했던 '이명박식' 대응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그의 인선 기준에는 부동산 투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국민정서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의 '입'이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에게 쏠린 투기의혹과 관련 "친척이 사라고 권유해서 사준 것이고 절대 농지인 줄 몰랐다,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 것일 뿐 투기와는 상관없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놔 불난 넷심에 기름을 부었다. 인터넷상에서는 박 후보자의 말을 빗댄 패러디들이 등장하며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술을 마시긴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세상의 여자를 모두 사랑할 뿐 외도나 바람은 아니다" "학문을 사랑해 남의 논문을 열심히 공부했을 뿐 논문 표절은 아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불을 전하고 싶었을 뿐 숭례문 방화는 아니다"게다가 박 후보자는 '친척이 땅 매입을 권유해 구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마저도 거짓으로 확인됐다. 실제로는 땅거래 과정에서 알게된 사람이 권유했다는 것. 또한 문제가 된 경기 김포 절대농지 외에도 동계올림픽 유치가 예상되던 시기에 강원 평창의 아파트를 구입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자녀 이중국적' 문제로 자격 시비를 낳고 있는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상가·토지 투기, 재산축소 신고, 세금 탈루 의혹 등이 새롭게 제기됐다. 남 후보자 역시 "부부가 교수를 25년 동안 했는데 둘이 합쳐 재산 30억원은 다른 사람에 비해 양반인 셈"이라고어설픈 해명을 내놔 논란을 부채질했다.
전날 자격 시비 논란으로 사퇴한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추가 사퇴가 이어질 경우 이명박 정부의 '반쪽 출범' 상황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야당은 벌써부터 남주홍·박은경 후보자는 물론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 등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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