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한자말 털기 (19) 존속

[우리 말에 마음쓰기 229] '근심-걱정-끌탕'과 '우려' 사이

등록 2008.02.25 11:36수정 2008.02.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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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우려

 

.. 안과 밖의 투쟁이라는 이분법의 흑백 논리에 지배될 우려가 있다 .. <우리 문학의 넓이와 깊이>(김윤식, 서래헌,1979) 9쪽

 

“안과 밖의 투쟁(鬪爭)이라는”은 “안과 밖이 싸운다는”으로 다듬습니다. “이분법의 흑백 논리에”는 “이분법에”나 “흑백 논리에”라고만 적으면 됩니다. ‘흑백 논리’나 ‘이분법’이나 같은 말이잖아요.

 

 ┌ 우려(憂慮) : 근심하거나 걱정함

 │   - 우려를 낳다 / 앞으로 발생할 문제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했다 /

 │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은 아이들의 정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

 │

 ├ 지배될 우려가 있다

 │(1)→ 지배될 수가 있다

 │(2)→ 지배될까 걱정이다

 │(2)→ 지배될까 걱정스럽다

 └ …

 

우리 말 ‘걱정’이나 ‘근심’을 한자말로 적으면 ‘우려’입니다. 이런 한자말을 굳이 써야 할까 싶은데, 글쓰는 분들은 ‘우려’라는 낱말을 입에서 떼어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걱정’이나 ‘근심’이라는 말은 거의 안 써요. 요새는 글을 안 쓰는 보통사람들 입에도 ‘우려’라는 말이 차츰 달라붙습니다. 텔레비전 새소식을 알리는 사회자들도 ‘우려’라고만 할 뿐, ‘걱정-근심-끌탕’ 같은 말을 안 쓰거든요. 어느덧 우리 사회는 글쟁이 사회, 지식인 사회로 탈바꿈했다고 할 만하기에, 우리가 쓰는 말과 글도 이런 영향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 우려를 낳다

 │→ 걱정스럽다

 ├ 앞으로 발생할 문제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시했다

 │→ 앞으로 터질 문제점을 걱정했다

 ├ 아이들의 정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

 │→ 아이들 마음을 다칠까 걱정이 된다

 └ …

 

‘우려’라는 낱말을 털어내지 못하는 우리 매무새 하나가 씨앗이 되어서, 우리 말과 글을 어지럽힐까 근심스럽습니다.

 

ㄴ. 존속

 

.. 모성은 인간 사회와 역사가 존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고, 이를 위해 여성이 담당하고 있는 인간적이고 생산적인 역할이며 사회에 대한 공헌이다 ..  <여자는 왜?>(서진영, 동녘,1991) 106쪽

 

“인간(人間) 사회”는 “사람 사회”로 고치면 좋고, ‘담당(擔當)하고’는 ‘맡고’로 다듬으면 좋습니다. “인간적이고 생산적인 역할이며”는 무슨 뜻일까요? 보기글 앞쪽은 “모성이 있어야 사람 사회와 역사도 있으며”로 다듬을 수 있는데, 뒤쪽은 무슨 뜻인지 도무지 모르겠네요.

 

 ┌ 존속(存續) : 어떤 대상이 그대로 있거나 어떤 현상이 계속됨

 │   - 생명의 존속 / 세습 제도의 존속

 ├ 존속(尊屬) : 부모 또는 그와 같은 항렬 이상에 속하는 친족

 │

 ├ 역사가 존속하기 위한 조건이고

 │→ 역사가 이어가는 조건이고

 │→ 역사가 흘러갈 수 있는 조건이고

 └ …

 

“그대로 있다”나 “그대로 이어지다”라고 적어도 넉넉할 텐데요.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거나 글쓰는 사람보다는 ‘존속’을 쓰고 ‘존재’를 쓰는 분들이 퍽 많습니다.

 

 ┌ 생명의 존속 → 생명이 이어짐 / 이어지는 목숨

 └ 세습 제도의 존속 → 세습 제도가 이어짐 / 이어지는 세습 제도

 

아이들한테도 이런 말을 써야 할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이 이런 말을 써야 하는지 곰곰이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낱말로 우리 삶을 담아내고, 우리 생각을 가꾸어 가면 알맞을까 살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2008.02.25 11:36ⓒ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한자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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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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