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보드에 빼곡히 적혀 있는 두 분의 병원 예약일정.
김정애
처음엔 눈에 거슬리는 게 보이면 치워드릴 생각은 않고 "우리 엄마 요즘 다른데 신경 쓰시느라 살림을 등한이 하시나보네 ~" 하고 놀림 비슷하게 말을 했는데 이젠 집안청소하는 것도 힘에 부치시는지 사람을 사서 해야겠다고 말씀을 하신다.
듣고 보니 자식들이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관절을 비롯해 여기저기가 편찮으시고 눈도 침침하다고 하셨는데 식탁 위에 늘어가는 약봉지와 전 같지 않은 살림솜씨도 그 때문이었구나 생각이 들자 대책이 시급함을 느꼈다.
남을 위해 봉사도 하는데 정작 우리 부모님께는 무심했다니…. 그럼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를 하다가 우선 가까이 사는 세 자매만이라도 1주일에 하루 친정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가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더니 동생들도 좋은 생각이라며 당장이라도 시간을 정해 실천에 옮기자며 오히려 더 서둘렀다.
우린 말이 나온 김에 모두에게 별일이 없는 날을 택해 지난 금요일(22일)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편한 옷과 앞치마, 고무장갑 등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직 아무것도 하질 않았는데 하고자 하는 계획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편했다. 둘째한테선 늦둥이 챙기느라 시간내에 도착이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이 왔고 셋째는 서둘러 나온 듯 잰걸음으로 오고 있다.
벨을 누르자 아버지의 인기척이 들렸다. 누구냐고 물으시기에 “저예요 아버지~” 이른 시각 예고도 없이 방문한 딸들을 맞으시며 “너희들 왔구나 ~” 하시면서도 의아한 눈치시다. 엄마는 벌써 운동을 가시고 아버지 혼자 계시기에 얼른 온 이유를 말씀드렸다.
“엄마가 청소하시는 게 힘이 드시다고 해서 청소하러 왔어요” 했더니 좋으신지 거실바닥에 펼쳐 놓고 보시던 신문에 난 기사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어디에 뭐가 있으니 꺼내다 먹으라고 하셨다.
예전엔 풍채 좋고 당당하시던 아버지의 모습도 세월엔 어쩔 수가 없으신 듯 걸음걸이도 힘이 없어 보인다.
옷을 갈아입고 각자 맡은 곳(화장실, 거실과방 그리고 베란다)을 쓸고 닦기 시작했다. 세 자맨 우렁각시처럼 엄마가 돌아오시기 전에 청소를 말끔히 끝내 놓고 깜짝 놀라게 해 드릴 요량으로 땀을 흘리며 더욱 분주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