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보고도...군침 돌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제대로 된 타코집에서 먹는 타코는 정말 진미다.
문종성
계산하려는데 큰 돈 밖에 없어 가방에서 꺼낸 200페소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그런데 초라한 행색의 나그네로부터 예상치 못한 큰 돈을 받아서였을까? 주인과 아들이 잔돈을 찾다 말고 차 뒤로 가더니 뭐라고 웅성대는 것이었다.
그냥 넘어가야 될 부분에서의 지체라면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하나의 불분명한 사건이 개입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일단 그 자리에서 바로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 잔돈이 없었는지 옆에 상인과 화폐를 교환한 다음 꾸역꾸역 주머니를 뒤져 있는 잔돈을 끌어 모아 거슬러줬다.
'잔돈은 항상 그 자리에서 확인하라!' 당연한 얘기다. 언제 어디에서 허술한 여행자의 빈틈을 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계산대로라면 32페소어치 먹었으니 168페소를 거슬러줘야 하는데 내 손에 쥐어진 돈은 152페소. 원래 가격과 16페소나 차이가 났다.
"이게 뭐죠? 잘못 거슬러 준 것 같은데요?"
하지만 주인은 아무 이상 없다는 듯이 잔돈을 보더니 되레 내게 큰소리였다.
"정확한데 뭘? 하나에 12페소니 4개면 48페소. 여기 보라구!"
주인은 친절한 악의로 잔돈을 하나하나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확인시켜 주었다.
"152페소 맞잖아. 무슨 문제야?"
그리고는 바닥의 돈을 검지 손가락으로 힘있게 가리키며 내게 상황을 주지시켰다. 타코 하나에 12페소란다. 갑자기 말을 바꾼 것이다. 슬쩍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긴 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당황했다.
8페소라고 해 놓고서 이제 와서 왜 말을 바꾸냐고 흥분해가며 침을 튀기니 별반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한 번에 고개를 젓더니 무조건 12페소라고 우기며 버티는 게 쇠심줄이다. 혹시라도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을 피하기 위해 손가락까지 사용했는데도 말이다. 내가 손가락 8개를 펴 보이며 물어볼 땐 당연하다는 듯이 '씨(Si)' 하더니 이제 와서 아니라고 딱 잡아떼는 변고라.
아예 설명이나 논쟁조차 하지 않을 분위기다. 주위에 사람들 몇 명이 있었지만 그들도 장사꾼인지라 강 건너 불구경이었고 게다가 낯선 나를 옹호해 줄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바로 전날 밤 타코 전문점을 갔을 때도 좋은 재료와 양념을 쓴 타코를 10페소에 먹었는데 양념도 달랑 살사소스 하나에 양파만 주어놓고선 무려 12페소를 받다니.
이걸 어떻게 할까 잠시 고민하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수업료라 생각하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기로 했다. 논쟁은 또다른 불행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은 것이다. 대신 나는 확실히 잘못됐다는 표시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