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쇠라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시카고 미술관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의 탄생
한동안 이 그림을 집안에 걸어 놓았던 적이 있다. 물론 진품은 시카고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지만, 나는 뉴욕타임즈에 실린 이 그림을 오려내서 거실 벽에 붙여놓았다. 19세기 프랑스 교외의 강가를 산책하는 사람들을 그린 이 그림은 나에게 여유 있는 삶으로 다가왔다. 이 그림을 보는 동안 나는 바쁜 일상의 피로를 잊고 잠시나마 휴식을 느꼈다.
후기인상파에 속하는 조르주 쇠라(Georges-Pierre Seurat)는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Un dimanche après-midi à l’Ile de la Grande Jatte)>를 꼬박 2년에 걸쳐 그렸다.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한 습작만 대략 60편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쇠라의 치밀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10년의 작가 생활 동안 오직 7점의 작품만 남겼다.
후기인상파 가운데 세잔과 더불어 쇠라는 과학적 방식의 회화를 추구하였다. 마치 과학자가 실험도구를 쓰듯 화가는 빛과 색채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쇠라는 생각했다. 그는 붉은색이나 주황색으로 즐거움을 표현하고, 청색이나 녹색으로 슬픈 감정을 표현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는 대표작 <서커스>에서 유쾌한 서커스 단원을 그리는데 붉은색을 주로 썼다.
쇠라는 색점으로 대상을 그리는 점묘법(Pointillism)을 발전시켰다. 점묘법은 한가지 색으로 칠하는 것이 아니라, 색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작은 점으로 이뤄진 다른 색을 쓴다. 따라서 원하는 색감을 얻기 위해서 치밀한 계산을 해야 했다. 이런 점묘법은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에도 적용되었다.
쇠라의 다른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이 그림도 인물의 정확한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인물이 배경과 섞여서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모호하고 나른한 풍경 속으로 사람들이 흩어져 보인다. 그래서 한편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세느강변 섬에서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일상이 풍경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