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못해, 사채업만 하더라도 '전주'와 '사채업자'의 존재는 명확합니다. '전주'가 언제 자기 명의 계좌 다 공개해가면서 돈 굴리는 것 보셨습니까? 사채업이 일망타진될 수 없는 이유는 '사채업자'는 적발해 처벌할 수 있어도, 그 뒤에 숨어있는 '전주'는 온갖 안전장치로 둘러싸여 그 존재를 밝혀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BBK 주가조작 의혹'도 그런 맥락에서 한번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엄격하고 냉정한 수사결과를 위해서라면 필히 거쳤어야 할 맥락이죠. 그리고 그 시각을 한번쯤이라도 반영할 생각이었다면, '이명박과 김경준의 대질심문'은 필히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저마다의 말이 다른데, 한쪽은 대통령이 될 권력자라고 '꼬리곰탕 식사' 정도로 마무리지어서야 누가 납득하겠습니까? 옛날에, 솔로몬의 '아기 재판'만 하더라도 양쪽의 대질 신문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게다가, '이명박 특검팀'도 BBK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맥락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후 BBK 투자자 손해액 배상"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난제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지사장 논쟁'과 연결지어 판단해보자면, 이명박 당선인에 대해 최소한 소환 조치는 취했어야 할 일입니다.
물론, 과거 언론에서도 두루 보도된 적 있는 "이명박 의원 도곡동 땅 은닉"에 대해서도 '이상은 명의의 땅'이라고 명백하게 못박은 '이명박 특검팀'임을 감안하면, 이런 이야기도 부질없어 보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수사결과 발표 후, 한나라당의 앞뒤 안맞는 처사
특검에서까지 '이명박 무혐의'가 발표됐으니, 한나라당이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BBK 저격수'로 활동했던 통합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정계은퇴' 엄포를 놨으며, 핵심으로 활약했던 정봉주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오세인 부장검사)에 의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벌써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김경준 기획입국 진상조사단'이라는 것도 발족시켜 직접 조사에 나섰다고 합니다.
일단, 'BBK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BBK 저격수'들을 고소하겠다면 그 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BBK 명함을 최초로 배포한 바 있는 '박근혜 캠프', 특히 핵심저격수였던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도 마땅히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야 합니다. 지난해 6월 7일에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혜훈 의원의 'BBK 관련 발언'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다른 기사도 아니고 본인 입을 통해 나온 얘기를 그대로 실은 인터뷰에 대해 오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수많은 언론의 수많은 기자가 잘못 해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직함이다. 만일 그랬다면 그것 또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 뿐만 아니라 BBK가 2000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정관에 이 전 시장이 발기인으로 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전 시장 측은 김 씨가 정관을 위조해 금감위에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금감원 공증까지 받은 문서를 단지 위조라는 말 한마디로 일축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물론 이는, 이혜훈 의원의 'BBK 저격' 중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발언을 보면 아시겠지만 당시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캠프가 제기했던 'BBK 주가조작 의혹'의 뼈대가 되는 발언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음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한나라당, "네거티브 공세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릴 의도라면, 공명정대하게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읍참마속'도 할 줄 알아야 정당다운 정당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까?
게다가, '김경준 기획입국 진상조사'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물론, 그 취지는 이해합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이 정략적인 판단에서 '기획입국'을 벌이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경준씨는 원래부터 국내로 송환돼야 할 범죄자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미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항소취소 판단 판결유예'라는 희귀한 이의까지 제기한 김백준씨도 뭔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 역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이든 대통합민주신당이든 '김경준'의 존재는 명백한 블루칩이었다는 것입니다. 자신들은 정략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것부터 증명할 수 있어야 '김경준 기획입국 진상조사'도 명분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그런 의미에서 이혜훈 의원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시고, '김경준 입국저지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하기를 바랍니다.
이참에 특검 한번 더할까요? 'BBK 주가조작 핵심 범인 김경준에 대한 대통합민주신당(현 통합민주당)의 기획입국 의혹 및 한나라당의 입국저지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검사팀'을 발족시키도록 합시다.
'무혐의'라고 좋아할 처지가 아닌 '이명박 당선인'
대통령의 핵심 권한 중 하나는 인사권입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국정을 원활히 하는 것도 대통령의 핵심 업무라는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인 측의 주장대로라면, 이명박 당선인은 "아들뻘되는 젊은이에게 속아 사기 공범 역할을 했으며 본인도 금전적 손해를 본 사람"입니다. 제 주장이 아닙니다. 이명박 당선인 측의 해명 그대로입니다.
안 그래도, 이명박 정권 초대 내각 명단 발표 후 '땅부자 내각'이라는 비아냥성 비판이 파다합니다. 장관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간 인사권을 어떻게 행사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이명박 무혐의'는 한편으로 이명박 당선인의 치명적 약점 하나를 명백하게 드러낸 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획입국'이니 하는 의혹 제기로 이를 무마하려 해도, 최소한의 지능을 갖춘 이들은 그 약점을 이미 다 간파해버린 상황입니다.
그러니, '무혐의'라고 좋아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외려, '꼬리곰탕 수사' 등이 파다하게 알려지면서, 또다른 의혹들만 남겼을 뿐입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이 점을 고려해서 대처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명박 당선인, 취임도 하기 전에 20% 가량의 지지율을 날려먹었습니다. 그점,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2.23 16:1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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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무혐의', 한나라당이 좋아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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