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쯤 되자 신입생들이 체육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재빨리 깃발을 들고 대열에 섰다. 새내기들은 자신의 소속 깃발을 찾아 그 뒤에 섰다. 학생들은 전지에 적힌 새내기 이름에 체크를 했다. 신입생들이 거의 다 모이자 학생들은 신입생들을 인솔해서 다른 장소로 데리고 갔다. 새내기들은 깃발을 따라 두 줄로 서서 이동했다.
선배인 학생들은 신입생들의 수강신청 시간인 8시까지 분주히 움직였다. 신입생들은 행사에 따라 장소를 옮기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학생들은 인솔 도중에 신입생들이 실수로 이탈하는 일이 없도록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였다. 행사가 완전히 끝났을 때는 이미 깜깜한 밤이었지만,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새내기들을 챙겼다. 그리고 같은 달 24일 오리엔테이션 날 그들과 다시 볼 것을 기약하며 인사를 했다.
마지막 학번, 이에 대한 법대 학생들의 생각
2008년도 입학식은 끝났다. 이로써 법대가 참여하는 입학식도 완전히 끝났다. 로스쿨로 선정된 대학의 경우 2009년부터 법대 신입생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신입생들에게는 입학식 행사보다 후배들을 돕는 선배들의 모습이 더 많은 인상을 심어줬나 보다. 신입생인 허민강(18) 학생은 입학식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수강신청을 도와주던 선배들을 꼽는다. 그는 “PPT와 유인물 등으로 수강 신청 방법을 설명해 준 것, 그리고 피곤할 텐데 컴맹이고 수강신청에 미숙한 후배들을 챙겨주던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법대 마지막 학생으로서의 기분은 어떠할까. 그는 “많이 안타깝다. 하지만 마지막 학번이니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마지막 학번이라는 점이 그만큼 더 서로 뭉치는데 동기부여도 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법대 학생들의 경우 마지막 후배를 맞이하기 위해 그간 많은 준비를 해왔다. 법대 새내기맞이사업단(줄여서 ‘새맞단’)에서는 12월 초부터 신입생 환영회, 입학식, 오리엔테이션 행사 등을 위한 회의를 했다. 회의에서는 행사에서 새내기들을 어떻게 인솔할 것인지, 그들과 무슨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지 꾸준하게 의논했다.
새맞단 일원인 박진현(20) 학생은 “새맞단을 통해 법대 선후배와 동기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있어 즐겁다”고 했다. 마지막 후배에 대해서는 “후배들이 우리처럼 선배로서의 기분을 못 느낀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원인 홍성우(19) 학생은 "작년에는 신입생이었지만, 이번에는 선배로서 신입생들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매우 뿌듯하다. 새맞단 활동을 통해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과 후배들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이번에 맞이하는 후배가 법대 마지막 학번인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법대에서 과 활동을 주도할 신입생들이 올 해로 마지막이라는 점이 아쉽고 쓸쓸하다”며 “앞으로 남은 새맞단 활동도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끝마치고 싶다. 후배들이 선배들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법대는 사라지지만, 선후배간의 사랑은 사라지지 않아
학생들의 활동은 입학식으로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깃발 아래 구호를 외치고 새내기들을 인솔하던 학생들은, 2박 3일간 진행되는 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신입생들을 도와야 한다. 오히려 학생들의 입장에서 입학식보다 더 힘든 것이 오리엔테이션이다. 법대 학생들은 이번에도 신입생들의 마지막 오리엔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입학식은 2008년도 첫 학교 행사로서, 법대 학생들의 후배 사랑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법대가 사라진다고 해도 선후배를 서로 아끼는 법대 학생들의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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