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읍을 감싸는 주산을 올려다보면, 크고 높은 봉분이 우뚝 서 있는 무덤이 한눈에 보여요. 이 무덤에는 바로 대가야국의 왕과 귀족들이 묻혀있는데, 수백 기가 모여 있답니다.
지난 1977년에 발굴조사를 했는데, 왕릉전시관에는 그때 발굴한 그 모습대로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오래 앞서 어렴풋이 그 옛날에는 왕이 죽으면 산 사람도 함께 묻었다는 '순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발굴조사 때 드러난 왕릉의 구조를 보면서 안내한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도무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웠어요.
왕이 묻힌 '주석실'을 비롯하여 그 둘레에 또 다른 석실이 여러 개 있었는데, 거기 묻힌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50대 어른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이 묻혔어요.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건, 아버지가 딸을 안은 채로 묻힌 걸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답니다.
7~8살쯤 돼 보이는 딸아이가 아버지 품에 안겨 함께 살아있는 채로 묻혔다고 생각하니, 그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또 그 아비는……. 아무리 왕의 무덤에 묻히는 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해도 그 어린 딸이 정말 죽고 싶었을까?
놀랍고도 딱한 '순장묘' 제도는 '죽은 뒤에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고 하는 '계세사상'이 이 지역에 널리 퍼져있었다고 하니, 조금은 궁금증이 풀렸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기쁘게 여기며 죽음을 받아들였을까 싶어요.
순장묘에는 이 밖에도 30대 남녀, 7~8살 된 여자 아이들, 50대 남자…. 거의 마흔 사람 가까이 왕과 함께 묻혔대요. 여기엔 사람뿐 아니라, 지난날 대가야국의 생활과 문화를 잘 알 수 있는 유물들도 많이 나왔대요. 장신구, 무기, 그릇, 말갖춤, 따위들도 함께 발굴되었다는데 그릇 안에는 고둥, 생선뼈, 닭 뼈 같은 음식들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왕이 죽었을 때, 제사를 지내고 그것들도 모두 함께 묻은 거라고 하네요. 죽은 뒤에도 물질생활을 한다고 믿었던 그때 사람들의 사상을 엿볼 수 있어요.
대가야국은 일찍이 토기, 석기, 철기 문화가 발달했는데, 농기구와 무기를 만들어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 수출까지 했다고 합니다. 대가야 박물관에는 발굴조사 때 나온 여러 유물들을 한데 모아 전시해놓았어요. 유물마다 자세하게 안내 글을 써놓았기 때문에 매우 쉽게 알 수 있었답니다.
대가야 박물관과 왕릉 전시관은 나란히 붙어 있는데, 입장료(어른 2000원) 한 장으로 모두 구경할 수 있어요. 차가운 날씨였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전시장을 둘러보았어요. 식구들끼리 나온 사람들도 많았는데, 아버지가 아이들한테 하나하나 짚어주며 설명해주는 모습이 퍽 진지해 보였어요. 더구나 ‘순장묘’를 얘기해 줄 때는 아이가 매우 놀라워하면서 눈빛이 반짝거리기도 했어요.
▲왕릉전시관날씨가 차가웠는데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어요. 식구들과 함께 온 사람도 많았지요.손현희
▲ 왕릉전시관 날씨가 차가웠는데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어요. 식구들과 함께 온 사람도 많았지요.
ⓒ 손현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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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읍내에 있는 '고령향교' 곁에는 '대가야국성지'라고 쓴 빗돌이 하나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여기까지 훼손을 시켰다고 하네요. '임나일본부설'을 뒷받침하고 한국침략을 합리화 시키려는 속셈으로 이곳 대가야국도 자기네가 다스렸다고 하며 '임나 대가야국성지'라고 빗돌을 세웠다고 합니다.
광복하고 난 뒤에 '임나'라는 글자를 없앴는데 이걸 역사 자료를 삼으려고 독립기념관으로 옮겼다고 해요. 그 뒤에 다시 고령에서 지금 있는 '대가야국성지' 빗돌을 세웠다고 합니다.
대가야 박물관 가까이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야금을 처음으로 만든 '우륵'을 기념하여 만든 '우륵박물관'도 있답니다. 또 불교문화와 유교문화 유적지도 곳곳에 퍼져 있어요. 전통마을인 개실마을, 경상도 내륙 지역으로 소금과 곡식을 실어 나르던 '개포나루터'도 있답니다.
2008.02.21 15:4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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