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곡초교구례군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 이 학교의 정식 명칭이다.
조태용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오고 있다. 여덟살인 경옥이도 올 봄에 새 출발을 한다. 오는 3월 3일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하지만 그는 도회지의 여느 초등학생 입학생들과는 다르다. 짝꿍이 없다. 같은 학년 친구들이 없다. 경옥이는 그가 다닐 학교의 '나홀로 입학생'이다. 경옥이처럼 3월초에 짝꿍없이 혼자 입학하는 초등학교 1학년생은 전국적으로 130여명에 이른다.
경옥이의 학교는 지리산 피아골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학교 옆으로 피아골의 계곡물이 거침없이 섬긴강으로 흘러간다. 뒤에서는 지리산 반야봉과 토끼봉이 병풍처럼 학교를 품고 있다.
전남 구례읍에서 하동방면으로 국도를 달리다보면 외곡리(구례군 토지면)가 나오는데, 이 곳에서 지리산 피아골 매표소 방면으로 꺾어 산길을 타고 10여분 들어가면 이 작은 학교가 나온다. 경옥이가 입학할 토지초등학교 연곡분교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의 고민피아골로 향하는 등산객이 이 학교에 들른다면 분명 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 터와 풍경으로만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라는 이름을 붙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학교엔 한 가지 큰 걱정이 있다. 학생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연곡분교의 올해 전교생은 14명. 한 때 400여명에 달했던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어 이젠 폐교를 걱정해야할 정도다.
연곡분교를 찾았을 때, 경옥이의 예비담임 김현숙 선생님이 개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선생님은 "올해 입학생은 경옥이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도시로 떠난 피아골 인근의 농민들. 젊은 부부들은 씨가 말라가고, 아기의 울음소리가 사라져가는 농촌의 풍경을 '나홀로 입학생' 경옥이가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경옥이마저 없었다면 연곡분교의 봄은 쓸쓸했을 것이다. 올해 연곡분교의 1학년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1학년 담임도 없고, 2학년에게는 후배도 없어진다. 경옥이는 연곡분교의 '마지막 잎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