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생잘 살아라.
전용호
오늘 방생할 물고기는 미꾸라지다. 최근 들어 환경에 부정적이라는 방생행사를 불식시키고자 미꾸라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추어탕용으로 양식되었을 미꾸라지는 추운 겨울 날씨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
아내는 물고기를 물에 흘려보낸다. 그리고 마음속에 담고 있는 나쁜 생각을 떠나보내고, 희망으로 가득 찬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빌고 있다. 물고기는 차가운 물에 놀랐는지 난생처음 접한 흐르는 물길에 당황했는지 돌 틈 사이로 머리를 숨기고 있다.
방생법회가 끝나고, 스님께서는 언제 숨겨 놓았는지 보물찾기를 한다. 신도들은 순간 어릴 적 소풍가던 날로 되돌아간다. 열심히 돌들을 들척이며 선물이 적힌 종이를 찾고 있다.
“찾았다.”
여기저기서 찾은 작은 쪽지를 들고 스님 앞에 선다. 스님은 선물로 108염주를 준비하셨다. 아내도 하나 받았다.
푸른 잣나무는 어데 가고방생법회가 끝나고 사찰 순례를 떠났다. 보통 방생을 하는 날은 사찰 세 개를 둘러본다고 한다. 첫 번째 방문할 사찰인 광주 무등산 증심사(證心寺)로 향했다. 법회를 하느라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다. 그래서인지 앞서가는 관광버스는 엄청난 속력으로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방생하는 날인데….
무등산 증심사 입구에 '나비야 청산가자'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온갖 나물과 김치 반찬이다. 행사를 준비한 보살님이 일부러 고기반찬은 올리지 말라고 했단다. 야채만으로 이렇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늦은 점심에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무등산은 학창시절부터 무수히 올랐던 산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무등산을 대표하는 사찰인 증심사를 한번도 들러보지 못했다. 아마 산에 올라갈 것만 생각하다 보니 절에 들르는 것을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