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수공업자,우리 시대의 장인들>겉표지
삶이 보이는 창
책 표지 주인공은 선박 수리공 황일천씨다. 지금은 선박 수리공인 그는 한때 배목수였다. 배목수로 살던 그때가 그에게는 호시절이기도 했다. FRP선이 일본에서 몰려오기 시작한 1985년 이전, '배목수'는 바닷가에서 목에 힘깨나 줄 수 있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군수한테 시집갈 테냐? 배목수한테 시집 갈 테냐?라고 처자들에게 물으면, 열이면 열 당연히 배목수한테 시집가겠다고 대답한다"는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이런 호시절에 결혼도 하고 아들까지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조촐하고 한적한 삶을 꾸리고 있다. 벌이가 션찮다며 그의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진즉 대구로 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1980년~1990년, 양복점과 양장점을 밀어낸 자리에 기성복 판매점이 들어서고, 재래시장을 몰아낸 자리에 마트가 우후죽순 들어서서 호황을 누리던 그 시절, 그리하여 이 땅의 소규모 상인들이 설 땅을 잃어가던 그 즈음에 황일천씨도 대책 없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배목수의 길을 접어야만 했다.
이런 변화를 겪으며 그와 함께 구룡포에 남은 그 옛날의 배목수들은 이제 10명 남짓, 어제, 그제와 같은 여전한 일상인 오늘 하루(책 속에서) 그의 일당은 1만6천원이었다고 한다.
“산다는 게 참 묘한 기라. 저거(FRP선)이 그때는 나를 하루아침에 놈팽이로 만든 원수 같은 거였는데 지금 그걸 고쳐주고 있으니……. 세상 더러운 거 아이가?” - 그는 바다로 출근한다(선박 수리공 황일천씨 중에서)<사라져가는 수공업자, 우리시대의 장인들>(삶이 보이는 창)의 또 다른 주인공들은 세공사 김광주씨(사훈:'정밀세공·책임완수'), 제과제빵사 이학철씨(빵은 소녀를 닮았다), 이발사 문동식씨(가위질 반세기). 철구조물 제작사 김기용씨(밀리미터(㎜)와 싸우는 철구조물 제작), 자전거 수리공 임병원씨(자전거 빵꾸 때우는 거? 맹장수술하고 비슷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