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이 주로 이용하는 이 기차의 내부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이강진
한국의 농촌 떠올리는 기차 밖 풍경 1시간 정도를 달리니 시원한 벌판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도 속도를 내며 달린다. 호치민시에서 냐짱까지 가는 기찻길은 410킬로미터 정도이다. 기차표에는 10시 5분에 떠나 오후 7시 3분 냐짱에 도착한다고 적혀있다. 9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기차 안이 그리 쾌적하지는 않으나 베트남에 어느 정도 익숙한 나에게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천장에 걸려있는 자그마한 평면 텔레비전에서는 베트남 노래와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알아듣지 못해 프로그램을 즐기지 못하나 베트남 사람 중에는 큰소리로 웃으며 열심히 보는 사람도 많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외국인은 지도책을 보며 베트남 공부에 한창이다.
밖에 보이는 풍경은 한국의 농촌을 생각하게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과는 다른 과일나무들이 심어져 있으며 베트남 특유의 건물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가끔 호주에서 보았던 커다란 개미집도 보인다. 한가로운 풍경이다.
차창 밖의 이국 풍경을 생각 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짐 꾸러미를 뒤져 책을 꺼내 읽기도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가나 보다. 아가씨가 승객 사이를 지나면서 저녁식사 주문을 받는다. 1000원 조금 더 하는 음식값이다. 집사람은 식사를 주문하고 나는 배낭에 가지고 온 과일로 저녁을 대신하기로 했다.
정거장에 잠시 쉬었다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주문받은 음식을 나누어 주기 시작한다. 음식은 풍성하다.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반찬 또한 금액에 비해 좋은 편이다. 큰 그릇에 국을 담아 주기도 한다. 그 바로 뒤에는 고기를 꼬치에 구운 음식 등 조금 색다른 음식을 팔며 지나가고 있다.
40시간 이상 기차 타고 갈 수 있다니 부럽다호치민시에서 정시에 떠난 기차는 다시 내 예상을 뒤엎고 7시 3분 정시에 냐짱에 도착한다. 9시간 동안의 긴 기차 여행이다. 이 기차는 하노이까지 가는 기차다. 두꺼운 잠바를 가진 많은 사람은 내리지 않는다. 이곳보다 추운 하노이까지 가는 승객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호치민시에서 하노이까지는 40시간 이상 걸릴 것이다. 두 쪽으로 갈라진 나라에서 온 나로서는 그렇게 멀리까지 기차로 갈 수 있다는 것에 부러움이 든다. 부산에서 유럽까지 기차로 갈 수 있을 때를 기다려 본다.
통일의 날을 기다리며 한평생을 다 보내신 어른들처럼 나도 기다리기만 하고 내 평생 유럽 가는 기차를 못 타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바람의 끈을 놓고 싶지는 않다.
덧붙이는 글 | 다음회에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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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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