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작은학교'의 길잡이 교사인 전상희씨. 아이들의 눈물을 쏙 빼놓은 스승이다.
김정미
아니, 그런데 아이들 말에 유독히 ‘전쌤’이라는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누군지 알고 보니 ‘전쌤’은 작은학교에서 8년 간 근무한 길잡이 교사 전상희씨.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사람이다.
“외박을 하지 말라고 나를 설득하던 선생님께 한번은 욕을 한 적이 있죠. 그때 상처를 받은 선생님은 일을 그만뒀어요. 그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울음). 선생님을 다시는 못 볼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돌아온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불러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늘 곁에서 저를 지켜봐 준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권윤진양이 전씨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다 말고 울음을 터뜨린다. 흐느낌이 더해져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다. 이 모습을 보는 전씨도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지켜보던 사람들도 하나, 둘 눈시울이 붉어진다.
권양이 눈물에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자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떨리는 음성으로 편지가 읽히는 내내, “울지말라” 위로했던 가족과 친구들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졸업생들의 때묻지 않은 눈물은 작은학교 선생님들과 제자들이 나눈 사랑의 양을 증명하는 듯하다. ‘눈물이 날 만큼’ 상대에게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작은 학교의 풍경에 나 역시 울컥한다.
길잡이 교사 전상희씨도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 “대안학교 교사 하는 게 힘들지만 보람은 여전하다”며 “졸업한 애들을 생각하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내내 음성이 떨릴 정도다.
작은학교의 김병후 이사장 역시 “행사 내내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안 울 자신이 있었는데 눈물을 또 흘리게 한다”며 “전 선생님이 활동을 적게 해야 애들이 감동을 덜할 것”이라며 웃음으로 전씨를 달랬다.
상식을 깬 교과과목, 도보여행·흙집 보수 캠프·사랑의 쌀 모으기아이들에게 작은학교가 남다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상식적 수업’에서 벗어난 교과목 때문이다. 벽화를 그리고 난타를 배우며 현장에서 직접 외국인과 대화를 한다. 그리고 영상제작을 통해 협동심을 배우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이들은 현장으로 나선다. 사랑의 쌀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고 삼성기름유출방제 활동에도 나섰다. 그리고 도보여행을 하기도 했다. 박민군은 “도보 여행을 통해 목표를 잡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는 체육대회와 흙집 현장 보수 캠프도 이들에겐 큰 즐거움이었다.
작은학교의 재학생은 졸업생까지 포함해 모두 17명. 서로 친형제처럼 편하게 지낸다. 그렇기에 친형 같은 선배들이 졸업을 하는 것이 후배들은 섭섭하기만 하다.
조영인(고2) 군은 “형, 누나들의 졸업을 축하한다”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기준(고2) 군은 “졸업하는 모습이 뿌득하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