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사용법.
김혜민
점자, 저에겐 참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몇 번이나 글을 쓰다 지우다 했는지 모릅니다. 쓰려고 마음 먹은 지 어언 한 달, 이제야 세상에 내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망설였던 이유는, 점자 이야기에 우리 엄마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점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점자를 가르쳐준 사람도 우리 엄마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엄마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입학할 무렵, 엄마의 눈은 갑자기 나빠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그때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제가 어렸던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엄마는 가족들에게 담담하게 대하셨습니다.
가족들이 부담을 느낄까 걱정하는 그런 엄마의 마음도 모른 채, 아직도 전 엄마의 고통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참 못난 딸이었죠.
무심한 딸래미, '점자문맹' 탈출하다 그런 엄마가 몇 년 전부터 점자 공부를 시작하셨습니다. 때문에 우리 집에서는 쉽게 점자를 접할 수 있습니다. 점자 공부를 하는 엄마를 쉽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딸인 저는 아직까지 한번도 점자를 들여다본 적이 없습니다. 필요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입니다.
무심한 딸에게 엄마는 한 번도 점자공부를 권한 적이 없습니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말이 입에 밴 딸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 여기셨나 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침 일찍부터 거실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엄마 뭐해?"
"으응, 점자. 자꾸 까먹는 것 같아서."
웬일인지 그 날은 엄마에게 점자를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시간의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있는 날이었습니다.
"나도 한번 해보자, 가르쳐 줘."
엄마는 점자 펜을 나에게 건네주셨습니다. 우리의 점자 공부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① 준비물] 읽기 위해선 일람표, 쓰기 위해선 점자판+점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