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에서 옷을 고르는 동생의 모습. 50% 할인된 상품이라도 만만찮은 사정의 예비 사회인
송주민
말년 병장의 민간인 변신, 다음 코스는 이대 앞 옷가게였다.
"나도 이제 지겨운 군복 벗고, 좀 꾸며보자. 근데 형, 내가 봐도 잘 모르겠다. 형이 좀 골라줘." 패션 감각 없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내게 옷을 골라달라니 이놈도 참 딱하다. 어째 고르는 것마다 군복이랑 다름없이 칙칙하기만 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 또한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옷 하나 고르기가 이렇기 힘든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역시 가난한 군인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가격표! 창고정리, 가격파괴, Season-off 등의 단어가 써있는 매장만 찾는다. 그러나 50% 세일된 가격도 동생에겐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오늘 옷은 사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더 골라보고, 더 저렴하게 산다고 한다.
이대 앞을 거닐던 동생은 '무조건 만원'이라고 써 있는 가방 가게로 들어간다. 내 동생이지만 겉멋 들지 않고, 알뜰한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새로 시작되는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이리 저리 참 많이도 고른다. 손에 들어도 보고, 어깨에 메어도 보고,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가 다른 가방을 들어 보기도 하고….
결국 가방 하나를 낙찰. 싼 가격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산 눈치다. 얼굴 표정이 걸어가는 내내 무척이나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