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석정: 전복 모양의 석조물
이상기
남산을 일주하려는 사람은 먼저 포석마을로 가야 한다. 이곳에는 큰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우기가 좋다. 차에서 내리면 동쪽으로 문이 있고 그 안에 포석정이 있다. 포석, 포석정, 도대체 포석정이 무슨 뜻일까? 옥편에 찾아보니 포(鮑)자가 절인 생선 포이다. 아니 산 속에 무슨 생선이람?
생각을 하면서 현장에 도착하니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이라는 이름의 석조구조물이 보인다. 유상곡수연은 또 뭐야? 어려운 말 때문에 조금 부담이 된다. 상(觴)자가 어려워 옥편을 찾아보니 술잔 상이다. 그렇다면 유상곡수연은 “흐르는 물에 잔을 띄워 구불구불 돌게 하면서 벌이는 잔치”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이 구불구불 만든 석조물이 전복 모양이라는 것이다. 아하, 그래서 포석이라는 이름이 붙었구나.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포석정에는 38년 전 추억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인 1970년 수학여행을 경주로 와서 이곳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곳 포석정에 와서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술잔을 돌리며 연회를 베풀던 멋진 장소라고 들었는데, 현장에서 보니 쓸쓸하기 이르데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발에 붙은 흙을 석조 구조물에 득득 긁어 붙여, 포석정이 이름값도 못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