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영어에 능통한 여행자들의 친구. 내가 오기 전에도 자전거 세계일주를 하는 여행자들이 때때로 다녀갔다고.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는 사람은 모두 '크레이지 가이'란다. 여행의 건투를 비는 의미에서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문종성
멕시코를 가로지르는 653km의 긴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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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와와-태평양 연안선 ⓒ 문종성
멕시코 최대의 주 치와와에서 캘리포니아 만에 이르는 653km의 길 위엔 대자연의 장엄한 경관과 함께 북부 멕시코에서 두 번째로 큰 원주민족인 따라우마라를 볼 수 있다. 처음 철도 부설을 계획하고 나서 험난한 자연환경과 멕시코 혁명에 이은 정부군의 방해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장장 90년의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이 철로는 치열했던 근대 멕시코 역사의 궤와 함께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철도의 매력은 멕시코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 중의 한 곳을 기차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점이 많은 여행자들을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마음을 풀러 왔기에 역사보다는 경관에 초점을 맞춘 나는 홀가분하게 기차에 탑승했다.
기차는 서서히 치와와 역을 빠져나간다. 여전히 잃어버린 카메라와 캠코더에 대해 진정되지 않은 가슴을 억누른 채 안식을 찾아 헤매는 시선은, 온통 '푸름'으로 치장한 숲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태평양 횡단 열차지만 여행 중 처음으로 길을 개척하지 않고 맡겨진 루트대로 간다는 사실이 내겐 특별한 것이었다.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 홀짝이며 차창 밖을 감상하는 여유가 그립지만, 커피 대신 콜라라도 그 여운이 옅어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비둘기호에서 KTX로 진화하는 철도의 역사 과정 속에서 우리는 '칙칙폭폭'의 리듬감 있는 마찰음을 점점 더 잊어가게 되었다. 레일을 타는 열차의 움직임은 더 세련되고 부드러워졌지만 그 안에 주름진 얼굴로 마주하던 후덕한 사람 냄새는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실로 오랜만에 덜컹거리는 열차에서 난 촌스런 익숙함을 즐기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목적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은 사람들끼리 눈빛을 마주치면 입 꼬리가 올라간 채 가볍게 눈인사하는 존중의 소통이 있는 곳. 출발한 지 십 분도 되지 않아 난 이름만 거창하고 실제는 촌스런 이 기차가 마냥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