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육은 국가 경쟁력에도 큰 도움"미국 고등학교 영어교사 출신으로 영어 글쓰기교육 전문가인 김문희 씨는 "국가의 재산에는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지적 역량도 포함된다"며 "글쓰기와 같은 지적 활동으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향식
- 인류학적 관점에서 글쓰기의 의의를 말한다면.“글쓰기는 인류 최고의 지적 활동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글쓰기는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하다. 컴퓨터 발명은 종이로 일처리하던 사회를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사회로 발전시켰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인터넷이 오히려 불편할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쓸 수 있으면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교사에서부터 신문기자, 정치인, 작가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는가.”
- 그렇다면, 글쓰기 교육도 무척 중요하다는 말인데.“글쓰기는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지도력(리더십)의 수준과 연관된다. 글을 잘 쓰고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최고의 지도자가 되는 데 유리하다. 글쓰기와 말하기를 잘 하면 대중에게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그 누구든지 다수의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대본을 쓴 뒤에 이것을 바탕으로 연설하고 토론한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단 글쓰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 글쓰기 실력이 없으면 손해볼 수도 있다는 말인가.“글쓰기를 잘 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다면 시간적, 경제적으로 손해다. 글쓰기를 활용하면 기록으로 증거가 남기 때문에 좀더 진지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시간적, 경제적인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글쓰기 교육에 신경쓴다. 실용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글쓰기 교육을 적극 지원한다.”
- 글쓰기 교육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면.“아이디어가 풍부해지도록 도와준다. 한 사회를 이끄는 것은 그 사회가 품고 있는 창의적인 생각이다. 그래서 미국은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한다. 글쓰기 교육을 하면 창의력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식과 사고 수준도 향상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여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글쓰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글쓰기 교육으로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글쓰기 공부가 인류 역사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셈인데.“그렇다. 글쓰기 교육은 창의적인 인간을 만들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산을 생산하는 일이다. 인류 역사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고무하는 교육은 정말로 중요하다.”
- 지도자가 되려면 글쓰기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결론도 나올 수 있을 텐데.“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데 있어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글쓰기로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워 놓으면 좀 더 훌륭한 과학자, 정치인, 언론인, 작가, 예술가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위인들의 일대기를 보면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교육 현장에서 링컨의 게티츠버그 연설을 함께 읽으며, 마틴 루터의 명연설문 ‘I have a dream’ 을 되새겨 보기도 한다.”
- 글쓰기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국가의 재산은 경제성장만이 아니다. 지적 역량도 여기에 포함된다. 글쓰기와 같은 지적 활동으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한국인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의 성장에 굉장히 이바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의 지도국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지도국이 되려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하여 정신력도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동북아시아에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바로 경제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은 정치 형태가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우파들이 집권한 일본은 물갈이가 되지 않고 있어 반쪽의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5년에 한 번씩 정치 지도자를 선출함으로써 더욱 역동적인 민주사회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을 헌정 질서 아래 민주적으로 선출하는 대한민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적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것이다. 동북아시아에 어떤 국가가 민주주의 건설에 앞장을 설 것인가?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다.”
- 글쓰기도 좋겠지만 수학도 논리적 사고능력을 키워주지 않을까.“그렇지만 수학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빈도나 기회가 적다. 그래서 아이들이 수학 교육을 확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논리적 사고력도 키워 줄 뿐더러 생각을 서로 나눠주게 한다. 자기 글을 읽는 것은 창피해 하더라도 남의 글을 읽어보게 하는 것은 좋지 않는가.”
- 학생 평가에서도 글쓰기가 중요할텐데.“우리나라 대입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SAT에서도 글쓰기를 평가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University of California)에서는 쓰기 점수가 680점 미만인 학생들은 입학 후에 작문 수업을 받고 신입생 글쓰기 시험에 통과해야 학부 교양 영어를 수강할 수 있다. 680점은 비교적 높은 점수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실력을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이다. 2년제 지역대학(Community College)에서도 4년제 대학편입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쓰기 평가 시험에서 최소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이 기준에 합격해야 학부에서 교양 영어를 이수할 수 있는 자격을 받는다.”
- 글을 잘 쓰면 대학 입학에도 유리한가.“대학에도 글쓰기(에세이)를 잘해야 입학할 수 있다. 학교 대항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은 주 대항 논쟁대회에 나갈 수 있다. 주 대항 대회에서 우승한 학생은 전국대회에 나갈 수 있다. 전국대회에서 입상한, 논쟁을 잘 하는 학생들은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간다.”
- 미국에서 교사를 하면서 겪은 인상적인 사례를 소개한다면.“미국 학생들은 참 합리적이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들어가도 맨 처음에 하는 활동이 서로 인터뷰하기다. 마음에 드는 친구를 인터뷰해 오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삶을 얘기해 준다. 그럼 서로 친구들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대화하거나 인터뷰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 글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보는가.“글을 잘 쓰는 사람은 독자를 배려하는 사람이다. 좋은 작가가 되려면 독자 입장을 배려해야 한다. 지식을 자랑하면 결코 좋은 작가가 아니다. 쉽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독자가 알아들을 수 있게 글을 써야 한다. 어떤 지식인은 자기 지식을 자랑하려고 글을 쓴다. 지식을 자랑하려고 글을 쓰는 교수도 있다. 그런데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한국어로 쓴 글을 번역해 달라는 문의가 들어오는데 자세히 읽어보면 안타까울 정도로 논제를 논리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논제 주변을 빙빙 도는 식의 글이 많다.”
- 한국 학생들은 어떤가. “명석하고 하라는 것을 열심히 하지만, ‘사회 현상’이라는 큰 그림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다. 대조적으로 미국 학생들은 좀 어리숙해 보이지만, 논쟁점이 나오면 정치사회적 논점을 잡는 데 문제가 없다. 이들의 글을 보면 무엇이 요점인지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