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어공교육 완성을 위한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참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언어학을 공부하려고 도미하였을 때, 처음 접한 학문이 바로 테솔(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이다. 지금이야 미국에 유학오는 여학생의 90%가 테솔을 전공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테솔을 공부하고 있지만, 내가 처음 테솔을 공부하던 1990년대 초기에는 한국 사람에게는 '테솔'이란 아주 낯선 용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도 제대로 잘못하는 외국인이 비영어권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인 테솔을 배운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테솔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때 공부한 것들이 밑받침되어 지금 비한국어권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영어몰입교육(English Immersion program)'이라는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정책만 성공하면 온 국민이 모두 영어 도사가 될 거라는 허황된 꿈을 꾸는 듯 보인다.
테솔은 영어 학습이 아닌 영어교육학우선,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국에서 테솔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영어교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아서 효과적인 외국어 교육방법론은 알 수 있었지만, 도미한 지 15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본 기자가 영어 모국어 화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큰 벽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정부에서 테솔을 전공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교사로 채용하여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 수업을 하겠다고 한다지만, 테솔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모두 가능하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테솔은 영어를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라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배우는 학문이다. 따라서 테솔 전공자가 영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가설은 아주 위험한 발상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문이 바로 테솔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영어몰입교육이라는 것은 'English Immersion program'의 한국식 번역인 듯한데, 이는 근본조차 모르고 그저 용어만 받아들여 적당히 정책으로 사용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몰입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이중언어교육학에서 나온 용어로 캐나다의 영어 불어 몰입교육의 경우 영어권 학생들과 불어권 학습자들이 함께 공부를 하면서 두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배우고자 하는 언어의 모국어 화자가 반드시 수업 중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말하는 영어몰입교육에는 학생도 교사도 모두 영어 모국어 화자가 아닌데, 그 사람들이 함께 영어로 수업을 한다는 방침이니 과연 이것이 영어 몰입교육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