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천무> 값싼 무협드라마가 되면 안 되는 이유

등록 2008.02.02 10:26수정 2008.02.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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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드디어 비천무가 방송을 탔다. 3년 전에 완성되어 사전 제작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얻은 비천무는 중국에서 100% 올로케로 촬영되었다. 드라마 치고는 적지 않은 제작비 60억이 투입되었다. (물론 태왕사신기 430억원에 비하면 적은 액수이긴 하지만...)

그래서 챙겨봤다. 나는 원작만화 비천무의 광팬이다. 한국 만화계에서 존경하는 작가중에 한 명인 김혜린의 원작임으로 더욱 열광했었다. 영화에서 이미 비천무가 죽을 썼기 때문에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두 편의 드라마를 내리 보고 내 뇌리에 남는 단어는 오직 하나 '비천신기'뿐이었다.

한, 중 합작 드라마라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중국의 광활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천무는 남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차피 만화 원작에서도 공간적인 배경은 한국이 아니고 중국 원나라이므로 중국에서 촬영되는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비천무가 중국의 여타 무협드라마 및 무협 영화와 동일선상에 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비천무는 그런 무협드라마로 전락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이유1)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유명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현재 한국 드라마는 쪽대본의 압력에 항상 시달리고 있다. 작가 인프라의 구축과 촬영, 편집 등 드라마 제작과정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항상 연출과 작가, 배우들은 완성본이 아닌 쪽대본의 무서움에 시달려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튼실한 드라마가 나올 확률은 당연히 희박하다. 그러니 김혜린의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좋은 기회다. 결론까지 다 나와 있는 완성본을 각색을 해서 새롭게 바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김혜린은 중견만화작가로서 만화계에서 굉장히 스토리를 잘 쓰는 유명작가이다. 김혜린의 만화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지는 듯 여러 곳에서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그만큼 스토리가 튼튼하고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며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좋은 대본에서 좋은 드라마가 나올 확률이 높다.

이유2) 드라마 사전 제작의 필요성을 알리다


비천무는 4년 전에 촬영이 시작되었고 3년 전에 촬영을 모두 끝마친 사전 제작된 드라마다. 드라마이긴 하나 거의 영화와 같은 수순을 밟았다. 한국드라마로는 굉장히 예외적인 일이다. 물론 편성과정에서 문제가 있긴 했겠지만 그만큼 편집 등의 다른 활동을 통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사전 제작된 드라마는 계절이나 대본, 촬영에 많이 구애받지 않는다. 물론 대본이 빨리 조달되니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적일 것이다. 이렇듯 소소한 일들이 자리를 잡으면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유3) 비천무는 무협이 중심이 아닌 멜로 드라마다

원작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비천무는 철저히 멜로 드라마다. 내용의 중심에는 진하와 설린의 사랑이 주측을 이루고 있고 이러한 그들의 사랑은 결말부분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비천무라는 드라마는 설린과 진하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들을 사랑과 우정으로 바라보는 복잡한 심정의 남궁 준광의 긴장감이 곳곳에 끼어들어야 한다.

태왕사신기의 연출을 맡았던 윤상호 감독이 24부작의 비천무를 과감하게 14부작으로 편집했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진하와 설린의 멜로라인이 잘려나간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실제로 1일에 방영된 2부에서 진하와 설린이 어쩔 수 없이 처음 이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작에서는 이 부분이 매우 극적이고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그려진 이 장면은 시청자와의 공감대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진하와 설린이 이별해야만 하는 상황설정이 조금 모자란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 드라마는 사랑이야기보다 무협쪽에 더 초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진하의 경공술로 한 컷을 할애하는 것도 그렇고 진하가 무술 연습을 하는 장면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지... 설린과 연애할 시간도 없이 비천신기 전수하기 바쁜 진하가 안타까웠다.

비천무는 <태왕사신기>라는 걸쭉한 퓨전 사극이 끝나고 새해 처음으로 방영되는 퓨전사극이다. 금요 드라마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완성도가 높다면 시청자는 당연히 찾아서 비천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비천무는 값싼 무협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엔 비천무가 떠안고 있는 한국 드라마에 남겨진 과제가 너무 많다. 비천무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가는 데 성공적인 모델이 되어야 한다.

좋은 시나리오, 완벽한 촬영과 편집, 배우들의 열연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뤄 완성도 높은 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한국 드라마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천무 #한국 드라마 #사전제작 드라마 #한중합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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