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봉사단 모토나눔과 섬김이라는 모토가 국내훈련소에 걸려 있다.
고기복
오랜 해외봉사단 파견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관리자 한 명당 약 5명, 일본의 경우 관리자 한 명이 약 10명의 봉사단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볼 때, 약 34명(인도네시아의 경우 50여명, 2007년 12월 기준)의 봉사단원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해외봉사단 관리요원들의 현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런 열악한 형편은 단순히 1인당 관리해야 하는 봉사단원이 많아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 관리요원들은 최소 2년간 해외봉사 활동 중 파견주체와 현지 기관으로부터 그 활동성과에 대한 인정을 받은 이들이라는 점에 있어서 검증된 재원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국내에서 KOICA와 1년 근로계약을 맺고 파견되어 최장 2년간 해외 근무를 마친 후 근로 계약해지를 당한다. 즉 관리요원들은 해외봉사단 활동을 마친 비정규직 글로벌 인재들인 셈이다.
문제는 아무리 해외봉사단원으로 다년간 좋은 활약을 한 후, 관리요원으로 채용되어 2년간 전문성을 쌓았다고 해도, 재계약 혹은 임지 변경을 통한 근로계약 연장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결국 2년간의 봉사단 관리요원이라는 비정규직을 거치고 나면 실업자로 전락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들이 해외 봉사 2년, 관리요원 2년, 최장 4년간 해외 근무를 하고 난 후, 근로계약의 연장이 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조직으로 보나 당사자 개인으로 보나 심각한 문제다.
일단 관리요원이라는 직책이 직업으로써의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미래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하는데, 2년이라는 계약직으로는 직업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또 자신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한계를 갖게 한다. 이럴 경우 피해는 계약 당사자인 관리요원 뿐만 아니라, 그들의 관리를 받는 해외봉사단원들에게까지 미친다.
다년간의 활동을 통해 현지어와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 파견국 행정 기관과 쌓은 인맥 등 유무형의 자산이 사장되는 것이다. 얼굴을 익힐만 할 때 계약해지를 당하고 귀국하는 관리요원들을 먼저 보내야 하는 봉사단원들은 낯선 환경에서 심리적으로 의지할 만한 선배이자,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 줄 이를 잃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관리요원들의 직업안정성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 제고를 위한 방안이 모색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봉사단원 파견인원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목자 없는 양떼를 방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으로 해외봉사단원 파견 증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오히려 봉사단 관리요원들의 직업안정성을 확보해 주고, 파견국에 대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시스템들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순리다. 그렇게 될 때, 봉사단원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에 따른 수혜 당사자는 한국국제협력단과 해외봉사단원들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은 봉사단 관리요원들에 대한 선지원 없이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는 무색해지고, 잠재적 실업자 혹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통로로서 대한의 청년들을 우롱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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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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