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넉넉한 마음을 하얗게 담고 있다.
전용호
작년 퇴원 후 1년 만에 재입원. 그리고 십여일간의 병원생활. 퇴원을 하시고도 아직 몸이 불편하다고 하시던 아버지가 산에 가자고 한다. 그것도 집 뒷산도 아닌 800m가 넘는 순천 깃대봉(858.2m)을 가자고 한다.
이리저리 생각을 해 봐도 산에 간다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바깥 바람을 쐴 것이라면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였더니 한사코 산으로 가자고 하신다. 아버지는 이미 준비를 다 하셨다. 그렇게 가고 싶어 하시는데 못 들은 체 하기도 난감하다. ‘그래, 조금 올라가시다가 내려오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청소골로 향했다.
청소골은 여름이면 계곡에서 피서를 즐길 수 있으며, 정혜사라는 오래된 절이 있는 곳이다. 여름에 몇 번 물놀이를 왔지만 산에 올라가 보지는 못했다. 도로는 굽이굽이 한참을 들어가다가 멈춰 선다. 순천-구례 간 도로를 개설하는데 마지막 터널을 남겨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