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 잣대로 종교를 판단하지말라?

[주장] 세속적 기준에도 못미치는 종교가 왜 성스러운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등록 2008.01.28 15:34수정 2008.01.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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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의 <뉴스후>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어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내용은 바로 기독교계와 불교계 일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부조리한 행태들입니다. 종교가 공익적 기능을 한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죠. 게다가 교회나 사찰을 마치 가업처럼 대물림하는 각종 수법들이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우리사회에서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사실 신실한 신앙을 위해 봉사하고 있을 것입니다. 모두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타락한 저질 성직자들의 행태가 정말 밉상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종교는 본래 사회를 좀먹는 짓을 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적 이윤추구는 종교의 본질이 아닌 것이죠. 종교마다 추구하는 본질에서 차이가 있을 테지만 적어도 종교가 사업이 되거나 장사처럼 변질되는 것은 어느 종교를 불문하고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매우 충격적인 것은 성직자들이 얻는 수입에 대하여 세금을 내지 않는 일이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는 문제입니다. 우리 헌법은 분명 모든 국민의 납세의무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누구라도 법률적 근거에 의하지 않고는 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성직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특권을 아무런 법률적 근거도 없이 누리고 있다는 것은 불법행위입니다.

 

당연히 세금을 부과해야할 국세청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직무유기가 분명합니다. 물론 응집력이 강하고 신자수가 엄청난 개신교나 불교를 건드려서 외면당할 것을 두려워하는 정치권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성직자가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않는 나라는 필리핀과 대한민국 밖에 없다니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방송내용에는 사찰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돈벌이를 하는 승려가 있습니다. 교회를 개인명의로 소유하고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목사도 있습니다. 그 들은 종교시설을 서로 팔고 사면서 기업이나 점포를 거래하듯이 권리금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의 행위가 장사치들의 행위와 무엇이 다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교회들의 세습장면은 충격 그 자체입니다. 수백억원의 교회돈을 빼돌려서 개인적 치부를 하는가 하면 그 돈으로 자식이 이끌어갈 교회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종교인 비과세라는 불법적 관행을 이용하여 부를 상속하는 일도 다반사죠. 그들이 생활하는 초호화판 사저가 마치 재벌총수의 그 것을 방불케 합니다. 수억원대의 승용차를 몰고 아까운 기름을 길바닥에 줄줄 흘리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성직자중 한 사람이 세운 교회중에는 대통령 당선인이 장로로 있는 교회도 있습니다. 정권인수위원장이 권사로 있는 바로 그 교회입니다.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입니다. 소망교회를 세우고 엄청나게 성장시킨 그는 이미 은퇴를 하였습니다. 물론 은퇴전에 분당에 거대한 교회를 지어서 아들에게 맡겼습니다. 소망교회를 직접 상속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소망교회 돈을 상속한 셈입니다.

 

우리사회 종교의 밑바닥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위의 소망교회는 또 다른 사례에 비추어 양호할 정도입니다. 항상 좌파정권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자신의 비리와 유죄판결을 빨갱이들의 수법이라고 주장하는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는 훨씬 더합니다. 그 교회는 이미 김홍도 목사의 아들에게 넘어가는 중입니다. 형제지간인 광림교회의 김선도 목사도 아주 유사합니다. 형제와 사촌간의 행태가 거의 판박이라 할 정도입니다.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조용기 목사는 신문사를 만들어 아들인 조희준에게 물려줬습니다. 어떤 사찰의 승려는 사찰내에 여러가지 구실을 만들어서 신도들의 돈을 울궈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벌가의 탈법상속을 뺨치는 그들의 수법이 과연 종교인의 참모습일까요?

 

그런데 그들은 주장합니다. 신성한 종교를 세속적 잣대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겁니다. 신성한 것이어서 세금을 안내고 마구 상속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도 된다면 신성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들에게 열심히 돈을 갖다 바치는 수 많은 사람들은 모두 더러운 세속적 존재들이란 주장일까요? 어이가 없습니다.

 

물론 종교가 신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종교가 세속적 기준에도 못미치는 윤리기준으로 신성함을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세속적 기준으로 볼 때 참으로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 종교의 참모습일 것입니다. 매우 영리한 자본주의의 경제주체로 행동하는 그들이 과연 세속적 기준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있을까요? 그들은 성스러운 종교를 세속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타락시킨 책임을 져야 마땅할 것입니다.

 

종교가 자본주의의 시장과 타협하여 스스로를 타락을 부채질한 행위에는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종교라면 세속적 가치를 넘어서는 그 어떤 신성함이 있어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자본주의와 거리를 두어야할 것이 바로 종교입니다. 종교가 자본주의와 타협하면 그것은 이미 종교가 아니라 장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사실 종교는 본래 자본주의의 장사치들보다 월등하게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이 정상입니다.

 

세속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성을 가지고 스스로 종교를 추악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종교인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장사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종교에 심취하여 성화된 사람들이 어떻게 세속적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밑바닥 도덕기준으로 얼굴을 들고 살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여전히 목사나 승려들이 면세점 이하의 열악한 돈으로 생활을 꾸리며 신실한 종교인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존중받아야할 삶이 일부 장사꾼 같은 성직자들의 행태로 인하여 한물에 쌓인 고기가 되어서는 물론 안될 것입니다. 국민의 도리로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면서 스스로 세무서를 찾아 납세의무를 자청한 그런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성직자가 아닐까요? 또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안된다며 거의 남긴 것이 없이 돌아가신 훌륭한 목사님도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렇게 사셨을 리가 없습니다.

 

이권을 찾아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장사꾼 같은 성직자들이 이 땅위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리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국민된 의무조차 면제된다면 대단히 슬픈 일입니다. 사실 우리사회의 거의 모든 노동자들의 그 노고가 바로 신성한 것입니다. 그들이 열심히 살면서 벌어서 세금내는 행위가 바로 성스러운 것입니다. 세속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직자들은 스스로 부끄러운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세속적 기준으로도 지옥행이라면 성스러운 종교적 기준에 무엇으로 부합할 것입니까?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1.28 15:34ⓒ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납세의무 #소망교회 #세속적 기준 #진정한 종교인 #뉴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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