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바로 아마추어다

한나라당과 인수위의 부동산 정책은 낙제점 수준

등록 2008.01.28 09:53수정 2008.01.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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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전에 참여정부를 평가하면서 줄곧 했던 표현 중에 하나가 바로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표현이었다. 다분히 폄하의 의미가 담긴 이 표현은 한나라당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조중동 등의 수구언론의 활약 덕분에 그대로 참여정부의 상징이 됐다.

 

한나라당이 참여정부를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표현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참여정부 핵심브레인들의 학력이나 경력의 일천(?)함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한나라당은 참여정부가 취한 정책상의 오류와 집행상의 미숙함을 '아마추어'라고 평한 것일 게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한나라당은 정책의 기획이나 집행에 있어 스스로를 '프로'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야당이었을 때에야 프로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으니 그렇다 치고 집권에 성공한 지금은 한나라당이 지닌 프로의 실력을 만천하에 드러내야 마땅하다. 과연 한나라당은 프로의 진면목을 보이고 있는가?

 

프로가 고작 이 정도인가?

 

부동산 정책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을 '프로'라고 인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니 지금까지 보이고 있는 행보를 보면 한나라당은 철저히 아마추어에 가깝다. 한나라당 입장에서야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주도하는 것이지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소속 대통령 후보였다는 점과 인수위 경제분과에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보여주듯이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누구도 한나라당과 인수위를 깔끔히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만 해도 한나라당의 일관된 당론이었다. 이를 인수위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종부세 및 양도세를 완화시키겠다는 정책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토지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이라는 점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의 소유 및 처분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차단하거나 환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정책이다. 더 나아가 이는 한나라당과 인수위가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투기적 가수요 억제를 위한 최적의 정책수단인 종부세와 이를 한시적으로 보조하는 양도세를 대폭 후퇴시킬 것을 공언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인수위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이들이 경제학 원론을 읽어본 적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금리를 부동산 시장 안정의 주요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소리도 인수위에서 들리는데 이는 참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금리는 거시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리 조절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리의 역할은 보조적이고 최후적인 수준에 그쳐야 한다.

 

"한국은행도 정부기구"라며 한국은행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높이려는 듯한 발언도 인수위에서 거침없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금리 결정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지 않도록 한국은행을 독립기구로 만든 법률의 기본 취지도 이해하지 못한 발언에 불과하다.

 

한편 지분형 분양주택은 전형적인 포퓰리즘형 정책이다. 지분형 분양주택은 이명박식 반값아파트라는 그럴 듯한 명칭과는 다르게 지분 투자자들에 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의 제도적 보장과 시장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지분형 분양주택의 가격 상승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합리성이 아니라 대중의 인기를 얻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경제정책을 포퓰리즘이라 할 때 지분형 분양주택은 그 좋은 예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당신들이 바로 아마추어고 포퓰리스트다

 

언젠가 이명박 당선인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군청 수준의 정책'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에 관해 한나라당과 인수위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군청은 커녕 면사무소 수준도 되지 않는 성 싶다.

 

한나라당과 인수위!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당신들이 바로 아마추어다. 지분형 분양주택 같은 인기영합적 정책을 비장의 무기랍시고 떠드는 당신들이 바로 포퓰리스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사무처장
이기사는 대자보, 프레시안, 뉴스앤조이, 데일리서프라이즈,이스트플랫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1.28 09:53ⓒ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사무처장
이기사는 대자보, 프레시안, 뉴스앤조이, 데일리서프라이즈,이스트플랫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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