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서 올려다 본 부처님
이상기
부처님 앞에 서니 이른 아침의 햇살이 감실 안으로 비쳐 든다. 얼굴에는 아직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몸체에는 밝은 빛이 비쳐들기 시작한다. 부처님의 첫 인상이 할머니 같기도 하고 아주머니 같기도 하다. 한 마디로 아주 편안하다. 불상의 머리에 나발이니 육계니 하는 조각이 뚜렷하지 않고 보자기를 쓴 것 같아 아주 서민적이다.
이 석불좌상은 적당하게 살이 붙어 동그란 얼굴을 다소곳하게 숙인 채 사색에 잠겨 있다. 감은 듯한 눈, 오똑한 코, 윤곽이 뚜렷한 입가에는 내면의 미소가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얼굴 윤곽선이 이처럼 뚜렷하게 남아 있는 부처님을 별로 볼 수 없었다.
양 어깨에 걸쳐 입은 옷은 아래로 길게 흘러내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臺座)까지 덮고 있다. 가사의 왼쪽 부분이 오른쪽 부분에 여며지도록 하였고, 옷 주름을 몇 개의 선으로 단순화시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옷자락을 물결무늬처럼 부드럽게 표현하여 전체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