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가 개그다워야지 개그지

연예인은 아이들의 거울이다

등록 2008.01.25 23:41수정 2008.01.2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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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의 모(某) 중학교 학생 수십 명이 사소한 일로 패싸움을 했다는 보도에 십 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 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아이들의 행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난투극이었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긴 겨울 방학을 맞이하여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이나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리라 본다. 더군다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은 실외보다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컴퓨터게임, TV시청 등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방학 동안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의 걱정은 더하다. 내가 아는 한 맞벌이 부부는 방학 동안 아이를 관리하는 것 자체가 부담된다며 방학과 동시에 국외 어학연수를 보냈다고 하였다. 오히려 그것이 영어도 배우고 아이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부부의 생각이었다.

 

21세기 매스 미디어 시대, 방송 규제가 많이 완화됨에 따라 위성방송, 인터넷 방송이나 유선방송사에서는 턱없이 많은 채널 수를 늘림으로써 시청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대부분의 성인 프로그램들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방영된다는 것이다.

 

특히 15세 미만 청소년들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한 낯 뜨거운 장면들이 시간대에 관계없이 방영되고 있어 학부모의 철저한 지도가 있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아이들은 호기심에 이러한 장면들을 흉내 내어 한순간에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목요일 밤, 모(某)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코너마다 시사하는 바가 있었으나 놀라운 것은 프로그램 중 3개의 코너가 음주와 관련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한 코너에서는 술에 취해 행동하는 개그맨의 행동이 너무 지나쳐 불쾌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코너에서는 좀 더 사실적으로 연기를 하려는 듯, 한 개그맨이 소주병을 직접 들고 연기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어떻게 해서든지 시청자를 웃기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국 우리 청소년들을 멍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어설픈 개그가 아이들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세 번씩이나 말이다. 

 

혹자는 날씨가 추워진 탓에 음주 개그로 시청자의 마음을 녹여보려는 의도라며 우스갯소리를 하였지만 최근 들어 잇따른 개그맨 폭행사건으로 이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그렇게 곱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개그맨들 각자가 자정하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중 매체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까지 따라하려고 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은연중에 내뱉는 상스러운 말의 출처가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진들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라면 믿겠는가.

 

하물며 상대방을 비방할 때도 아이들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출연자들을 흉내낸다. 연예인들은 공인으로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며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 서야 되지 않을까? 가끔 선행을 베푼 연예인들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왜일까?

2008.01.25 23:41ⓒ 2008 OhmyNews
#연예인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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