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은퇴'작은 자매의 집 원장 문정현 신부의 은퇴 미사에 정의구현 사제단 소속 20여명의 신부가 함께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최종수
'작은 자매의 집'은 정신지체 아이들의 보금자리이다. 24일은 작은 자매의 집을 설립한 문정현 신부(70)가 은퇴미사를 끝으로 자매의 집을 떠나는 날이다. 오전 8시 전주에서 서양란 화분 하나 싣고 출발했다. 아침햇살에도 녹지 않는 서리가 들판을 덮고 있어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오전 9시, 은퇴미사치고는 이른 시간이다. 문 신부는 애초 은퇴미사를 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지인들이 미사를 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날 자매의 집 식구들과 드리는 미사에는 문 신부의 동지들과 지인들도 함께 했다. 특히 멀리 안동과 의정부에서까지 온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20여 명이 자리를 같이 했다.
문 신부는 조작된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시신을 사수하다가 무릎 연골이 파열되었다. 분신처럼 지니고 다니던 지팡이도 없이 제단에 오른 문 신부, '성부와 성자와…' 떨리는 목소리는 이내 말을 잇지 못했다. 42년 사제생활의 반인 21년을 작은 자매의 집 아이들과 함께 살지 않았던가.
집에서 키우던 꽃 한 송이 피고 진자리도 허전한데, 손자처럼 보살펴온 아이들이 아닌가. 모자란 데가 많아서 더 안쓰러운 아이들이 아니었던가. 아이들로 인해 웃고 행복했던 날들, 사서 한 고생 또한 얼마나 많았겠는가.
신부님의 은퇴미사에 많은 이들이 찾아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