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원 차를 타고 있다. 거리마다 넘쳐 나는 게 학원차다.
이현숙
시험 보러 가서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들어보면 요즘 엄마들 대단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있자면 이게 아닌가 싶고 이제라도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했다. 과연 어떤 게 옳은지는 모르지만, 승민 엄마의 교육법을 알고 싶어 그동안 아이에게 학습한 내용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혹시 특별한 교육법이라도 있나 싶었다.
승민 엄마는 아이가 좋아하는 걸 시키면서 아이의 관심사를 들어주고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쪽이었다고 한다. 보통 학원은 2∼3학년 앞서 가는데 그렇게 되면 학교와 학원의 진도가 달라 아이들이 양쪽 다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고 '학교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기, 시간 지키기, 자기가 해야 할 일 알아서 하기'를 강조했다고 한다. 대신에 방학을 이용해서 다가올 학기 공부는 시켰다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다음 학기 수업을 들으면서 미리 배운 것을 심화하는 단계로 들어가 많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좀 산만해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일주일에 세 번 집중력 수업을 듣게했다. 선생님이 학교수업 외의 다른 학과 수업은 다 쉬고 오로지 그 수업에만 집중해 달라고 요구해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 수업은 속독·논술·안구 훈련 등이었는데, 칼럼 같은 글을 선택해 어려운 단어에 밑줄을 긋고 직접 찾아서 공부하기·문단 나누기·내용요약·제목 붙이기 등을 스스로 하도록 훈련했다고 한다.
한 달에 16만원이었는데 꽤 괜찮은 프로그램이어서 1년 6개월 과정을 다 마쳤더니 집중력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책 읽는 습관이 들어서 좋았다고 한다. 그냥 건성으로 읽는 게 아니라 제대로 생각을 하면서 읽는 거란다. 요즘 부모들이 무턱대고 책 책 하지만 무조건 읽어서는 안 되고 책을 읽고 나서 생각도 하고 서로 이야기도 나누면서 책의 내용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필요하단다.
그 후 아이는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마는 아이가 읽지 않고 못 배길 때까지 미루다가 책을 사주었고 아이는 미친듯이 읽기 시작했단다. 이때다 싶어 아예 전집(과학·역사·위인전·백과사전)을 샀고 그중에 동물도감은 며칠씩 학교에 들고 다니면서 완전 독파를 하더란다.
승민 엄마는 절대 아이의 점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못한다고 질책하거나 비교하지 않았는데 80∼90점 사이면 만족한다고 했다. 한 번은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가 세 개나 틀렸다고 야단을 치길래 '그럼 80점 맞은 우리 아인 어쩌냐'고 '우리 아이 있는데선 절대 그러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며 웃었다.
승민 엄마는 초등학교 때는 배운 거에서 얼마나 이해했느냐가 중요하지 점수는 중요하지 않단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뒷심인데 뒷심은 곧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의지란다. 엄마는 아이가 그 의지를 불태우도록 호기심을 자극하고 기운을 북돋워 주는 역할이란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승민이가 학원간다고 제 방에서 나왔다. 나는 승민이를 따라가 보았다. 승민이에게 공부가 재미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과학이 재밌고 그중에서도 생물이 진짜 재미있어서 학원이나 학교 수업 모두가 좋다고 했다. 지금 가면 몇 명이 공부하냐고 물었더니 넷이 한단다. 모두 너처럼 재밌대냐고 물으니 아마 그럴 거란다.
집으로 돌아와 지금 간 학원의 수업형태를 물었다. 수학과 과학 영재 수업인데, 여기도 레벨 테스트를 해서 합격점이 나와야 들어갈 수 있단다. 승민이는 레벨이 높게 나와 선생님이 정말 영재 교육을 따로 하지 않았느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고 한다. 집중력 수업 이후 정말 학원엔 보내지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