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6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 합동연설회를 마친 당시 이명박 후보가 한 지지자에게 건네받은 '한반도대운하' 그림액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당선인께서는 '국운융성'이라는 주장을 전면에 내세워서 운하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망국의 길'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너무나 많습니다만, 여기서는 열 가지만 추려서 제시하겠습니다.
첫째, 무엇보다 운하사업의 주체들부터 전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 추부길 당선인 비서실 정책팀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으나, 추부길 팀장의 이력을 찾아보면 신문방송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본래 직업은 목사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운하사업은 경부운하만 560k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토건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을 주도하 사람은 마땅히 토건학자여야 할 것입니다. 추부길 목사가 운하사업을 홍보하는 책들을 출간하기는 했으나 운하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가는 결코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 운하사업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였던 유우익 교수도 추부길 목사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 교수도 토건학자가 아니라 지리학자입니다. 토건학자에게도 극히 어려운 일을 목사나 지리학자가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둘째, 철저한 검증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의 180여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운하저지국민행동'은 1월 22일 '인수위, 한반도 운하 국민검증 회피'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평에서 국민행동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운하 건설에 부정적이며, 70% 이상은 철저한 검증과 재검토 후 결정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정보공개 하지 않고, 혹세무민 홍보에만 치중국민행동은 그야말로 국민적 우려와 반대를 배경으로 지난 1월 10일 인수위에게 운하사업에 대한 국민검증을 제안했습니다. 이 당선인께서도 그리고 인수위도 여러 차례 철저한 검증을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인수위가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토건학자가, 그것도 운하에 대해 잘 아는 토건학자가 운하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주간동아> 최근호는 인수위가 이미 지난 12월에 기본설계도면을 작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경악할 보도를 접하고 여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민주적 방식으로 운하사업을 강행하려고 한다는 우려가 커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운하사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적 우려는 곧 국민적 저항으로 타오를 것입니다.
셋째, 인수위는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인수위는 경부운하에 관해 여러 실측자료들을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운하사업이 좋다는 일방적 주장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듯해 보이는 그림들을 그려서 열렬히 언론홍보를 하고 있어서 혹세무민의 전술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질학, 토건학, 경제학, 문화학, 생태학 등 운하사업에 관해 필요한 전문정보는 너무나 많습니다. 사실 이것들을 제대로 확보하는 것만도 대단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선자께서는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다며 호언했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공개된 전문정보가 너무나 없습니다. 국민의 불신과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넷째, 운하사업을 반민주적으로 강행할 우려가 이미 팽대한 상황입니다. 반대여론을 수렴하되 운하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이재오 의원의 말은 그 좋은 예입니다. 전문가도 제대로 참여하고 있지 않고, 전문정보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약속한 철저한 검증도 외면하고 있으면서, 운하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 다수의 뜻은 운하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반대여론을 수렴하면서 운하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까? 운하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 다수의 뜻을 묵살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재오 의원의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