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모 변호사.
오마이뉴스 구영식
- 소송 등과 관련 김앤장과 인연이 있나?
"인연은 거의 없다. 진로그룹에 대한 법정관리신청사건 항소심에서 진로측을 대리한 적이 있다. 그때 법정관리신청을 했던 회사는 골드만삭스가 세운 페이퍼컴퍼니 세나인베스트먼트였고, 그 대리인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임종인·장화식 공저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언급되었듯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실제로는 김앤장이 뒤에 있는 것으로 추측됐다. 제가 알기로는 김앤장이 본래 진로의 화의신청을 대리했고 법률자문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재정자문을 했다.
그 내막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런 관계임에도 나중에 실질적으로 김앤장이 골드만삭스 측을 대리해 진로를 상대로 법정관리신청을 한 것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에서 진로는 법정관리로 넘어갔고 화의결정은 취소되었다.
당시 법무법인 덕수에서 장진호 회장에 대한 형사사건도 변호했다. 장진호 회장은 골드만삭스와 김앤장의 변호사를 배임혐의 등으로 고소했는데 장진호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형사 항소심 진행중에 고소를 취하했다. 김앤장을 고소해서 자기한테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었다."
- 당시 장진호 회장이 김앤장에 대해 얘기한 게 있나?
"장 회장은 '억울하지만 집행유예라도 받자면 김앤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김앤장과 대립한 상태에서 자신의 양형에 문제가 있겠다 싶어서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안다."
- 진로그룹 쪽 소송을 맡고 있을 때 상대편인 김앤장쪽으로부터 '유혹'은 없었나?"그 당시에는 없었다. 다만 그 전에 SK-소버린사태가 언론에 보도됐다. 저는 이것은 한국기업이 외국투기자본에 부당하게 공격을 당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김앤장이 배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김앤장은 이전에 SK를 자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처음에는 SK를 대리했다. 자문하면서 SK의 재정상황 등 비밀스러운 내부정보를 알고 있었을 텐데, 더구나 처음에는 SK를 대리한 김앤장이 후에 소버린을 대리하는 것은 배임 아니냐는 문제가 언론에서도 제기됐다.
그때 제가 대한변협 집행부 측에 'SK-소버린사태와 관련해서 이렇게 보도되고 있는데 소속 법률사무소의 배임문제를 변협 윤리위에서 다루어야 하지 않느냐'고 얘기했다. 제 얘기가 원인이 됐는지 모르지만 김앤장이 대한변협 윤리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윤리위에서 무혐의 결정이 났다. 당시를 전후해서 김앤장 측에서 저에게 몇 사람을 통해 김앤장이 잘못이 없다는 내용으로 설득하려 했다."
- 왜 무혐의 결정이 났나?
"거의 모든 (사회)영역에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다. 인맥이 대단하다는 얘기다. 대한변협 쪽에도 참여를 하고 있었다. 어떤 변호사는 김앤장을 윤리위에 회부하는 것 자체를 몹시 반대하고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들었다. 김앤장의 보이지 않는 힘이 결국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률 권력' 김앤장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법무부의 정책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할 때도 내부에서 김앤장 변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걸로 알고 있다.
"제가 법무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을 했을 때 거기에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들어왔다. 저는 찬성하지 않았지만 법무부 쪽의 요청이 있었다. 그쪽 일을 맡고 있던 검사들이 김앤장을 넣는 것이 좋다고 해서 결국 그것이 관철된 것으로 안다."
- 그런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김앤장이 어떤 집단이라고 느꼈나?
"김앤장은 법원, 검찰, 변호사업계 등 법조계의 모든 영역에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공정거래위나 재경부 등 공적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 법조계에서는 김앤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김앤장이 변호사라는 공적 직업의 윤리나 의무를 저버리고 적절치 않은 방식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또 지금은 신자유주의라는 시장개방 시스템 속에서 어떤 영역이든 자기 실력으로 업무를 개척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하는 의견도 있다. 변협의 무혐의 결정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 김앤장을 '성공모델'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2006년 말 기준으로 비정규직이 874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IMF 이후 이렇게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에 복속되는 상황이다. 빈부격차가 격심해질수록 재벌, 대기업, 소수의 부자들은 독점적인 이익을 누리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김앤장이 급성장을 한 것이다.
그런 점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기득권층에 속하는 쪽은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미국발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라 할 수 있는 IMF, 세계은행, WTO, 다국적 기업, 국제 투기자본 등은 후자의 견해를 따르고 있다.
최근에 읽은 <미국문화의 몰락>(모리스 버만)이란 책에서는 '선택된 소수들에게는 국가의 몰락이 오히려 비즈니스에서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말이 나온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가 붕괴하는 과정에서는 기득권층이 더 큰 이득을 보는데 그게 교정되지 않아 결국 그 사회의 붕괴로 나간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97년 IMF 이후 크게 성장한 김앤장이 그런 경우다. 분배가 어느 정도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사회가 자기 정화, 자기규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사태는 제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걱정스럽다."
- 다른 로펌에 비해 김앤장의 승소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 않나?"그건 브랜드 가치가 주는 환각효과 같은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앤장이 처리했는데 잘못되면 다른 수단이 없다는 변명이 되고, 잘되면 김앤장이어서 잘됐다는 브랜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인적 네트워크를 장악해 실제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런 것이 법 질서나 법적 정의에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률상 로펌이 아니면서 로펌처럼 행동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