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미술품 찾아내고도 심각한 '고민'

압수 대신 '현장 보관' 가능성... 촬영·몰수 등도 거론

등록 2008.01.21 23:03수정 2008.01.2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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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안희 기자 = 삼성그룹이 고가 미술품을 보관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에버랜드 `비밀창고' 압수수색에서 수천~수만점의 미술품을 발견한 삼성 특검이 압수방법을 놓고 고심 중이다.

  

특검팀은 21일 오후 에버랜드 창고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다량의 미술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데 이어 `행복한 눈물', `베들레햄 병원' 등 90억~100억원대 고가 미술품이 있는지를 면밀히 확인 중이다.

  

하지만 특검팀은 대규모의 미술품과 맞닥뜨리면서 뜻밖의 장애물을 만났다.

  

바로 고가 미술품이 발견될 경우 어떤 방법으로 압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주요 미술품의 가격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어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90억원, `베들레햄 병원'은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미술품은 해외 유명 미술관도 함부로 만지거나 촬영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관리한다. 이 때문에 특검팀이 현장에서 이들 작품을 맞닥뜨린다고 해도 압수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압수과정에서 훼손될 가능성이 있고, 압수할 경우 원상 그대로 보존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사 고가 미술품이 발견될 경우 에버랜드에 계속 보관하되 특검의 지배 하에 `관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형사소송법 130조에는 `운반 또는 보관에 불편한 압수물에 관하여는 간수자를 두거나 소유자 또는 적당한 자의 승낙을 얻어 보관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결국 고가 미술품은 `간수자'를 두거나 소유자인 삼성측의 `협조'를 받아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보관창고를 빌려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형소법 131조에는 `압수물에 대해 상실 또는 파손 방지를 위해 상당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돼 있는 만큼 특검측이 보관할 경우 파손을 방지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행복한 눈물', `베들레햄 병원' 등 이미 삼성 보유 의혹이 제기된 작품 이외에 `예상하지 못한 고가 미술품'이 발견될 경우 또 다른 고민이 불거질 수 있다.

  

통상 압수수색영장은 집행 대상과 일시, 장소 등을 특정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예상하지 못한 고가 미술품이 발견될 경우 기존 영장으로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압수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단지 캠코더나 사진 촬영만 하고 돌아올 경우 추후 재판 등에서 적정한 압수수색으로 볼 수 있는지, 촬영자료를 유효한 증거물로 볼 것인지 등도 관심거리다.

  

그러나 특검이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해 `비자금을 이용해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혐의를 포착했다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비자금으로 사들인 고가 미술품은 `범죄수익'이나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으로 볼 수도 있고, 특검은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몰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을 과연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는지, 몰수 대상으로 볼 것인지 등을 둘러싸고 특검과 삼성측 간에 다툼이 벌어질 수 있고, 결론은 재판 등을 통해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

  

`바다이야기 사건'의 경우 게임기들이 몰수 대상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인 전례가 있다.

  

zoo@yna.co.kr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8.01.21 23:03ⓒ 2008 OhmyNews
#삼성 특검 #삼성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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