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정유회사 토탈(Total S.A.)사. 최근 프랑스 법원의 유죄판결에 따라, 1999년 원유 유출 사건에 대해 법정 최고 벌금과 거액의 보상을 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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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삶의 터를 잃은 어민 두 명이 절망 속에서 목숨을 끊은 후였다. 책임 당사자인 삼성중공업과 정부는 여전히 책임을 미루며 손을 놓고 있었다. 결국 세번째 태안 주민이 특별법 제정 등 책임있는 대책을 요구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당겼다.
우리가 고통과 슬픔으로 신음하는 이 순간, 프랑스의 시민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프랑스 형사법원이 정유회사 토탈사의 해상 원유오염 사고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결정에 따라 회사는 해상오염에 대한 법정 최대 벌금인 37만 5000유로와 피해보상금 2억 유로(약 2800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익은 최대한 챙기고 책임은 최대한 회피하는 것은 민영기업의 어쩔 수 없는 본성이다. 프랑스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10년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회사 측의 책임을 묻기까지 시민들은 지루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시민들은 기름에 찌들어 죽은 새의 시체를 파리의 본사 앞에 쌓아놓고 시위를 했고, 2만 명 이상이 회사 앞에 모여들어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비록 판결이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수준의 엄벌은 아니었지만, 프랑스 최초로 환경오염 자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
토탈사의 오염사건은 개인 소유의 어장이나 생활환경을 황폐화시킨 삼성의 태안 오염사건과는 달리, 구체적인 피해당사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피해보상의 대상이 대부분 환경보호단체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죽은 새에 대해 책임 묻는 프랑스, 사람 목숨 두고 책임 미루는 한국 막대한 보상금 역시 구체적인 재산손실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징벌적 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기업이 눈앞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점검과 보호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에 대해 엄청난 이익손실로 처벌함으로써 재발을 막고 다른 회사에도 '본보기'를 보여주어 유사한 범죄를 막는 것이다.
이는 이익극대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민영기업을 처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사실상 유일한 방식이다. 이번에 보상을 받게 된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인 조류보호협회의 회장은 16일 에이피(AP)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판결로 저희 단체는 80만유로(약 11억 원)라는 거액의 보상을 받게 되었지만, 단 한 푼을 받게 되었어도 저희로서는 만족입니다. 이 판결은 야생조류라는 비상업적 대상에 대해서도 피해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