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드(미국드라마) '베이워치'(baywatch·국내이름 SOS해상기동대).
베이워치
익수자(溺水者)의 상태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 의식이 있다면, '수하(水下)접근'을, 없으면 '팔목끌기'나 '뒤집기'를 시도한다. '수하접근'은 익수자가 허우적대고 있으면, 발 아래로 파고들어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뒤에서 젖혀 올린다. 돌아올 때는 겨드랑이에 낀 팔을 곧게 펴고, 평형킥이나 로터리킥을 미친 듯이 찬다.
의식이 없는 경우, 잊어선 안 될 게 하나 있다. 진짜 의식이 없는지 재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른바 '의식 확인'. 우선 익수자와 2m 정도 거리까지 접근한다. 몸을 옆으로 한 채 제자리에서 입영을 하며, 앞에 있는 손을 위 아래로 움직여 물에 진동을 준다.
이 놈이 정말 정신이 없는 것인지. 혹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갑자기 "워~" 하며 덮치지는 않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르기까지 한다.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두 번 외친다.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된다. 곧바로 구조에 들어간다.
이때 익수자는 보통 머리를 물에 박은 채 뒤집혀 있다. 익수자의 팔꿈치부분부터 잡아 손을 내리 끌어 팔목을 붙잡고, 크게 원 모양을 그리며 돌리면 몸이 '휙' 하고 돈다. 생각보다 쉽게 뒤집혀 살짝 놀랐다. 다음엔 팔목 잡고 역가위차기. 시선은 어디에? 익수자. 무조건 익수자. 그렇지 않으면? "뒤.질.랜.드." 이것이 '팔목잡기'다.
'뒤집기'는 '의식확인'까지는 '수하접근'과 같다. "괜찮으세요"를 두 번 외친 뒤, 물 속에 들어가지 않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뒤로 돌아들어간다는 게 다르다. 다음엔 겨드랑이에 양손을 넣어 고정한 뒤, 팔등 전체로 등을 받친 채, 자신은 물 속으로 들어가며 그 반동으로 익수자를 물에 띄운다.
동시에 물 아래에선 무한루프 로터리킥으로 힘을 보탠다. 어느 정도 떴다 싶으면 양 겨드랑이를 잡은 채 물 밖으로. 다음엔 뭐? 평형킥이나 로터리킥, "미취인~듯이" 얼핏 보면, 상당히 복잡한 것 같지만, 직접 해보면 그렇지 않다. 쉽고, 재밌다.
오후 4시 50분. 수업 종료 1시간여 전. 재밌는 수업이 시작됐다. 굳이 이름을 붙이면, "익수자를 버려라" 정도 되겠다. 전문용어론 '풀기'다. '잉, 수상인명구조원이 익수자를 버려? 그럼 직무유기 아닌가' 훗, 놀랄 필요는 없다. 구조하러 갔다가 익수자에 잡혀 비명횡사하는 일을 막기 위한 일종의 방어책이다. 인명구조원도 귀한 아들, 딸이다. 우선 자기부터 살아야 다른 이를 도울 게 아니겠는가.
물에서 사람을 뿌리치는 법, "상대방을 주먹으로 때려라!" 지인 몇 명에게 물어본 결과, 한결같이 이같이 답했다. "아는 오빠에게 들었다" "인터넷에서 봤다"는 의견이 다수였으며, 게중엔 "텔레비전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는 이도 있었다. 사실, 자기 목숨 구하려면 때리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지도 모른다. 그럼, 인명구조원은? 그래도 구조를 위해 특훈을 견뎌낸 정예 요원이다. 때릴 순 없다. 대신, 다른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잡히기 전, 목을 돌려 기도를 확보한 뒤, 잡힌 상태로 그대로 물 안으로 들어간다. 물론 익수자도 함께다. 깊이, 보다 깊숙이, 쭉쭉. 보통 3~4m 아래로 내려가면, 대부분 손에 힘을 푼다. 구조원을 붙잡은 이유도 다른 사람을 밟고서라도 숨을 쉬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익수자가 항상 교과서에 나온 대로 반응하라는 법은 없다. 강사는 "그래도 안 놓는 사람이 있다"며 "이때는 손을 더듬어 상대방의 어깨를 찾고, 손을 타고 내려와 팔꿈치 부분을 양 손으로 잡고 힘껏 밀어내라"고 했다. 익수자의 돌발행동에 대한 설명은 계속됐다.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떼어냈는데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수영 못하는 사람도, 갑자기 잠영으로 구조원을 쫓아올 때가 있어요. 도망쳤다 싶었는데, 머리 위에 검은 그림자가 짙게 깔리면,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공포 영화가 따로 없죠."
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숨은 목까지 턱턱 막히는데, 이성 잃은 사람이 눈에 쌍불 켜고 쫓아온다니. 허풍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강사는 덧붙였다. 사실이든, 아니든, 단 1%의 가능성이 있기에 구조원은 대비해야 한다. 때문에, 익수자와 떨어지자마자 구조원은 '기본배영'(전편 참조)으로 잽싸게 달아난다. 물 밖으로 바로 나오지 않고, 잠영으로 몰래 빠져나와야 한다. 상상만 해도 입가에 함박 미소가 절로 생긴다. 직접 해보면, 더 재밌다.
뒤에서 목을 잡혀도 방법은 비슷하다. 마지막 잡힌 목을 풀고 도망갈 때, 몸을 반대쪽으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 빼고는. 왜 뒤집느냐고? 시선은 어디? "익.수.자." 구조원은 도망갈 때도, 익수자에게 시선을 떼지 않는다.
우스워 보이지만, '풀기'는 구조만큼이나 중요한 기술이다. 남을 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몸이 자유로워야 하기에. 흔히 뉴스에서 "아빠가 자식들을 구하러 물에 뛰어들었다가 모두 숨졌다"는 식의 보도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강사 말에 따르면, 초등학생들도 물에 빠지면 평소의 약 3배가 넘는 괴력을 낸다고 한다. 아무리 어른이라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때문에 구조장비 없이 맨몸으로 뛰어드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아무리 숨이 막혀도 부모는 더더욱 자식을 뿌리칠 수 없기에 말이다. "자나 깨나 물 조심" 예방이 제일이다. 넘버원. 따봉.
수업 종료 30분 전. 잠영 시간이 돌아왔다. 수강생들도 이제 끝날 때가 다가오면 서서히 두려워하는 눈치다. 잠영, 강도는 점점 더 세졌다. 급기야 이날은 5kg짜리 덤벨(아령)까지 추가됐다. 10초 동안 잠영으로 버티고 난 뒤, 옆 사람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드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지켜보는 이는 사실 좀 재밌다. 바벨이 전달될 때마다, 머리 하나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꼬르륵~꼬르륵~" 물 먹는 소리가 요란하다. 10초 뒤에는 그 옆에 있던 이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리고 그 옆, 그 옆.
드디어 내 차례. 엇, 그런데 5kg 바벨은 생각만큼 무겁지 않았다. 원래 몸이 무거워, 웬만한 무게에는 내성이 생겨서일까. 그냥 평소보다 약 2~3배 빠른 속도로 '미취~인듯이' 젓기만 하면 된다. 이번 편은 여기까지만. 잠들기 전에 숙제를 해야겠다. 사실, 숙제 평가 때 지적을 받았다. "이렇게 쓰면 '빠꿉니다'"라며 강사는 내 노트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후- 제대로 신경 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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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내가 밉습니다.
화가 나도 속으로만 삭여야 하는 내가 너무나 바보 같습니다.
돈이, 백이, 직장이 뭔데,
사람을 이리 비참하게 만드는 지
정말 화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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