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꼭 가지고 있어야 할 품목(Must have item)' 복합매체 80×35cm 2007
김형순
그의 그림을 보면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소비사회'가 떠오른다. 소비사회에서 상품은 하나의 사회문화적 기호이며 사람들은 단지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능성보다는 상징성을 더 쫓는다.
판화에서 등장하지만 고급차를 선망한다는 것은 단순히 차의 효용가치만이 아니라 그런 기호를 통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고 자신의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고 사회적 특권이나 정신적 보상을 얻으려는 속셈이다. 또한 이는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심리와도 통한다.
그의 작품마다 술, 가방, 구두, 향수, 시계, 안경, 반지, 핸드백, 자동차, 만년필, 화장품 등 명품이 가득 채워져 있는 건 일종의 희화이자 풍자이다. '꼭 가지고 있어야 할 품목'이라는 부제는 단지 반어법일 뿐, 오히려 작가는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한지 묻고 있다.
풍요 속 빈곤과 인간소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