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석(사진 왼쪽)과 문인석.
이상기
석주 뒤 좌우로 두기의 무인석이 서 있고 그 안으로 다시 두기의 문인석이 서 있다. 무인석은 서역인을 닮았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얼굴에 보이는 미소와 머리를 묶은 띠, 뒤쪽 머리를 묶은 다음 흘려내게 한 모양이 마치 화랑도(花郞徒) 같기도 하다. 그리고 문인석은 좀 더 인자한 모습으로 머리에 관을 썼다. 관복 안으로 두 손을 받쳐 들고 있으며, 발은 겉으로 드러냈다. 문인석의 조각은 너무나 정교하다. 꽃무늬와 선까지 보이도록 아주 섬세하게 처리했다.
봉분과 그것을 둘러싼 석물들이제 우리는 잘 가꾸어진 잔디를 밟으며 봉분 앞으로 다가간다. 타원형의 봉분을 둘레석(호석)이 감싸고 있고, 그 바깥으로 난간석이 세워져 있다. 난간석 앞으로는 네모난 상석이 자리하고 있다. 봉분 뒤로는 울창한 소나무가 좌우를 감싸고 있다. 신라 왕릉은 평지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소나무 숲이 좌청룡 우백호 구실을 하고 있다.
봉분은 밑둘레가 65m, 지름이 22.2m, 높이가 6.4.m인 원형봉토분이다. 봉분의 둘레에는 호석을 세웠고, 사방에 12개의 지신상을 조각해 놓았다. 정면으로부터 왼쪽으로 돌아가며 새겨진 동물을 보면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순이다. 뒷면 한가운데에 쥐가 있고 이어 소, 호랑이, 토끼, 용, 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동물조각은 방위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능을 지키는 호위무사 역할도 한다. 그래서 모든 동물들이 칼과 창 도끼 등 무기를 들고 있다. 이들 조각은 아주 정교하여 천 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동물 형상이 아주 분명하다. 햇볕이 잘 드는 정면의 조각들이 훨씬 더 선명해 보인다. 특히 칼을 든 양과 도끼를 든 토끼가 인상적이다.
12지신상이 새겨진 봉분 바깥으로 난간석을 둘렀는데 석주(돌기둥)만이 있고, 걸대는 모두 사라지고 없다. 돌기둥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어 이곳에 걸대가 꽂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능의 사방에는 네 마리의 돌사자가 있어 능을 지키고 있다. 괘릉에는 네 마리 돌사자가 능 입구를 지키고 있는 데 비해, 이곳 흥덕왕릉은 봉분을 지키고 있다. 흥덕왕릉은 성덕왕릉, 괘릉과 함께 통일신라시대 무덤제도의 전형을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