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死木)황량함을 더해 주는 장면.
문종성
펑크 세번에 믿었던 스페셜 튜브까지… '절대 좌절' 모드로지루한 정적을 깨기 위해 흥얼거리는 노래는 도로와 바퀴의 마찰음 사이를 파고든다. 구름은 저만치서 내 속도에 보조를 맞춰 따라온다. 생경스런 동물체의 출현에 당황했는지 풀숲으로 도망치는 도마뱀들이 급한 걸음에 달근달근해지며 피식 웃는다. 그렇게 잔재미에 길을 헤치다 또 타이어가 흐물흐물해지더니 바람이 빠져 버렸다.
이번엔 다른쪽 튜브에서 펑크가 난 것. 할 수 없이 자전거를 검문소 쪽에 세우고 양해를 얻어 사무실 앞 그늘에서 수리를 했다.
그리고 또 출발. 하지만 모든 일은 삼세번이 완전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날 가지고 장난치려는 하늘의 뜻인지 가다가 또 펑크가 나 버렸다. 순간 허파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뽑아낸 독소들이 옅은 호흡으로 터져나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기어이 아끼고 아껴둔 마지막으로 하나뿐인 비상 튜브를 꺼내 들었다. 이것이야말로 기존 튜브보다 배 정도는 두꺼운 것이라 펑크에 대해서 안전하게끔 믿음을 주는, 그야말로 스페셜 튜브였다.
이젠 오직 그것만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차선책이 없는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게 인생에 있어서도 얼마나 조마조마하던가. 이 튜브로 어떻게든 다음 큰 도시까지는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 불안한 눈동자로 타이어를 바라보자니 그래도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튜브를 교체하고 나니 다른 튜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안정감으로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이제야 조금은 안정감을 가지고 달리나 싶었다. 하지만….
"아, 이거 왜 이래 또?"
오후 4시 반 경. 지금까지 써 본 것 중 최고의 안전성을 보장한 튜브였다. 엄지손가락까지 치켜들며 야심차게 추천한 그 튜브였다. 그런데도 펑크가 나고 말았다. 그것도 하필 공기 주입 부분에 말이다. 절대좌절의 경지에 들어섰다. 이 순간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이 감히 누구인가.
다행히 전방 500m부근에 유일한 쉼터인 레스토랑이 있어 그곳까지 펑크난 좌절을 끌고 나갔다. 청춘이란 한번쯤은 되지도 않는 일에 억지쓰고 부딪혀 깨져도 보는 것. 적어도 지금만큼은 '푸른 봄(靑春)'이 아닌 '검은 겨울' 같은 시련이다.
콜라 한 잔에 쵸코바 두 개로 진한 설탕의 맛을 음미한 뒤 수리 시작. 사막에서 해가 떨어지는 시간은 행군 중 휴식 시간만큼이나 빨리 지나간다. 수리 하고 있는 중에 해는 넘어갔다. 불과 5시가 갓 넘은 시각이다.
공기 주입 부분에 난 펑크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한정된 공구에 수리가 쉽지가 않다. 30여분 간 낑낑대며 본드를 사방에다 뿌리고 패치를 두 개 둘러붙이고 겨우 막긴했지만 바람을 넣고 보니 맥없이 공기가 새 나온다.
체념했다. 이미 사위는 어두워졌다. 어찌할까 고민하던 중 때마침 한 견인차량이 레스토랑 주차장으로 잠시 들어온 것이 보였다. 어둠 사이에서 잠시 배설의 욕구를 풀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잽싸게 그들에게 달려가 상황을 설명하고 히치하이킹을 부탁했다. 다행히 순조롭게 받아주었고, 그들의 차를 얻어타고 다음 타운까지 갈 요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