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유시민이 선택한 길

이미 너무 잘못흐른 길이다

등록 2008.01.16 13:39수정 2008.01.16 13:39
0
원고료로 응원

드디어 유시민이 대통합 민주신당을 탈당하였군요. 사실 맞지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탈당은 잘한 결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옷에 몸을 맞추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옷이 작다고 몸을 줄여서 맞추기는 어려운 법이죠.

 

그러나 유시민은 이미 여러번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개혁당을 깨고 나가서 열린우리당에 합류한 것, 장관직을 사임하고 대선에 출마한 것, 열린우리당의 사수를 포기하고 대통합 민주신당에 합류한 것, 어차피 질 수밖에 없는 이해찬과 단일화를 한 것 등이 모두 스스로의 결정에 의하여 이루어 졌습니다. 그런데 고비마다 합당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습니다.

 

개혁당을 건전한 진보정당으로 키워나가는 일이 매우 어렵고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에 합류하면서 정당개혁의 흐름을 대세로 만들어가지 못한 부분은 비판을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점차 지역구도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고, 기간당원들에 의한 상향식 정치를 불편해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만을 추구하던 열린우리당 다수파를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설득은 커녕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대안도 플랜도 치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참여정부의 장관으로 끝까지 대통령과 임기를 마치고 싶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장관직을 사임하고 대선에 도전한 것도 무모한 행보였습니다. 눈앞에 당장 5년을 준비한 정동영의 조직동원에 대하여 적절한 대응책 없이 무모한 도전을 한 것입니다. 때로는 의미있고 명분있는 패배가 아름다울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의미도 없고 명분도 없는 도전을 실패가 뻔히 보이는 가운데 실행한 것은 용기가 아닌 무모함일 뿐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 대의는 염연히 살아있었습니다. 그것을 깨고 대통합 민주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는 바로 열린우리당의 가치를 끝까지 고수하지 못했습니다. 대선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기 위해서라고 변명할 수는 있으나 더욱 소중한 정당정치와 책임정치의 원리를 스스로 위배한 것입니다. 그가 그토록 비판하던 통합파들의 옳지않은 이합집산에 스스로 몸을 싣고 말았던 것은 매우 큰 잘못입니다.

 

경선과정에서 패배가 뻔히 보였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명분없이 이해찬과의 단일화에 나선 것은 실수입니다. 이제 국민들은 더욱 더 유시민이 이해찬의 아류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자신의 정치를 보여줄 기회를 차라리 더 많이 가졌어야 합니다. 단일화로 이해찬이 경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매우 정치적 감각이 무딘 것입니다. 질 것을 알면서도 패배의 책임을 벗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면 그는 비겁한 정치인입니다.

 

이미 임기가 끝나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과거 행보를 돌아봅니다. 특히 통일민주당의 3당합당을 결의하는 자리에서 책상위로 뛰어올라가며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던 모습말입니다. 그의 행보는 그 이후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부산지역구를 가진 노무현이 김영삼과 등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소신있는 정치적 행보는 이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번의 낙선을 통해서 오히려 그는 정치적 자산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유시민은 너무 현실적인 계산에 빠졌습니다. 개혁당을 발전시키는 일을 포기하고, 열린우리당을 지키는 일에서도 그랬습니다. 결국 어떤 책임을 걸머지지 않으려고 계산한 끝에 행보가 흐트러진 것입니다. 분열과 대선패배의 책임은 결과적으로 열린우리당을 고수하였더라도 유시민이 홀로 질 일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책임지기를 싫어한 결과가 빚은 행보가 지금 또 다시 탈당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만들었습니다.

 

그의 탈당은 이제 명분이 없습니다. 멀쩡한 열린우리당도 지키지 못하고 신당에 합류한 그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들과 대선후보 경선을 치렀습니다. 그는 이미 대통합 민주신당을 상당한 수준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그것을 피하려면 명분있게 열린우리당을 사수했어야 당연합니다. 할 것은 다 해놓고 지금와서 대통합 민주신당의 정체성을 문제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들의 정체성은 이미 전국민이 다아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가 몰랐다고 변명할 수도 없습니다.

 

때로 정치가는 거대한 민심의 파고에 휩쓸려 희생되는 한이 있더라도 명분과 옳은 지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책임을 지지않으려고 억지춘향으로 끌려다니는 정치인에게 미래는 그리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물론 대통합 민주신당에 남아 있으나 나오나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그곳에 들어간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그러나 개혁당을 깬 것, 열린우리당을 고스란히 갖다 바친 것, 경선에서 구색을 맞춰준 것은 그가 피하고 싶던 그 책임론들 보다 훨씬 크게 책임져야할 일입니다. 그가 앞으로는 그렇게 무기력하고 책임없는 모습을 불식하고 옳곧은 정치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때로는 죽는 것이 더 잘사는 길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명분을 상실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낙선이 보장된 대구출마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으나 노무현의 부산출마와 비견할 일은 되지 못합니다. 이미 그가 노무현과는 달리 옳곧은 모습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앞길이 막막할수록 명분을 쥐고 가야합니다. 이제 과거의 개혁당이나 열린우리당과 비슷한 종류의 정당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 것입니다. 새로 짓는 것보다는 허물어진 잔해에 짓는 것이 더 어려운 법입니다.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왜 끝까지 놓지 말아야할 명분들을 종종 놓아버린 것일까요? 스스로 그 것에 대한 책임을 질 때가 되었습니다. 그저 지켜볼 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길이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1.16 13:39ⓒ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유시민 #개혁당 #열린우리당 #대통합 민주신당 #탈당의 명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