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보도에 인수위 난색... "언론은 너무해!"

인수위와 당선인측, 언론 보도에 직접 반박 브리핑

등록 2008.01.16 13:36수정 2008.01.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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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7시 30분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회의실. 윤진식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 곁으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일부 조간신문에 실린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관한 기사 때문이다. 

 

유력한 차기 비서실장으로 소개된 윤 부위원장에게 소감을 묻자 "전혀 연락받은 것이 없다. 나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을 아꼈다. 기자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윤 부위원장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회의장 뒤편을 서성이기도 했다.

 

윤 부위원장이 계속해서 부인하는 가운데 회의 참석차 도착한 최경환 경제2분과위 간사는 환한 얼굴로 "좋은 소식이 있던데"라고 악수를 청했다.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도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당사자인 윤 부위원장은 부인을 하고 있는데 회의 참석자들이 언론 보도를 믿고 축하의 뜻을 먼저 전한 것이다.

 

이처럼 비서실장 인선이 기정사실화되자 대변인이 나섰다. 주호영 대변인은 오전 10시 50분께 기자실을 찾아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에 관한 보도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정해진 바가 없다"고 언론 보도를 부정했다.

 

이명박 당선인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왔나"

 

정부조직 개편안, 내각 인선 등에 언론의 관심이 높은 가운데 언론 보도가 앞서가자 인수위원회(위원장 이경숙·이하 인수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당선인도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왔느냐"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에 당선인과 인수위 대변인들은 브리핑을 통해 "언론 보도의 방향이 잘못됐다"며 우회적으로 정정을 요구했다.

 

이날 일부 조간신문들은 "이 당선인의 초대 비서실장에 윤진식(61)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동안 윤 전 장관을 포함해 3명 정도로 비서실장 후보를 검토했으나, 경제부처 근무 경험이 풍부한 윤 전 장관이 경제 살리기를 위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는 당선인의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윤 부위원장은 언론 보도에 난색을 표하며 말을 아꼈고 주호영 대변인이 나서서 '한 발 앞선' 언론 보도의 확산을 막았다.  

 

정부조직 개편안 확정 발표, 계획보다 앞당겨진 이유

 

발 빠른 언론에 대한 인수위측의 당혹감은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보도에서도 계속됐다. 전날 <문화일보>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14부 2처로 확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내보냈고, 다음날 여러 언론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조간에 실었다.

 

이에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직접 나섰다. 이 대변인은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구체적 내용은 오후 2시에 알게 될 것"이면서도 "개편안 중 숫자가 많은 쪽(14부)보다는 적은 쪽(13부)이 맞는 것 같다"고 '13부 2처'에 무게를 뒀다. 조간신문에 실린 내용에 대한 사실상의 정정인 셈이다.

 

20일 이후 발표될 예정이었던 개편안이 며칠 앞선 데 대해 이 대변인은 "자꾸 언론에서 추측 보도가 난무하니까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발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인수위는 당과 조율을 거쳐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공개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출범 초기 인수위가 '휴대전화 요금 인하' 등 정책 등을 내놓자, 강재섭 대표는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부총리제 폐지 및 5개부처 폐지'(KBS), 국정원 대화록 유출 사건(중앙일보), 언론사 성향 조사 파문(경향신문) 등으로 인수위는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오후 발표될 예정인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도 발표 창구를 인수위로 일원화했다. 발표 시기나 내용 등에 혹시나 당과 인수위간 엇박자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인수위의 개편안 보고에 대해) 결과 브리핑은 어려울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먼저 나가는 것에 대해서 인수위가 민감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8.01.16 13:36ⓒ 2008 OhmyNews
#정부조직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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