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민간인 희생사건, 60년만에 국가 차원 조사

진실화해위, 이달 말부터 두 차례 조사... 6·25전쟁 전후 1000여명 희생

등록 2008.01.16 08:53수정 2008.01.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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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전후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수장(水葬) 등의 형태로 자행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가 60여 년만에 이루어진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아래 진실화해위)는 '영남군경사건'(거제민간인희생사건)과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거제시청 소회의실에서 현지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1차는 오는 1월 29일부터 2월 1일까지, 2차는 2월 12일부터 15일까지.

 

최근 진실화해위는 거제시청에 공문을 보내 장소 협조를 요청했다. 진실화해위는 공문에서 "과거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기여하고자 한다"면서 "장소 협조와 함께 사건 관련 신청인에 대한 연락 등을 협조해 달라"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번에 1949년 4월부터 50년 4월까지 군인과 경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사건을 중심으로 조사하고 증언자 청취도 듣는다. 또 1950년 7월 희생된 국민보도연맹사건 관련자와 부역혐의사건도 함께 조사한다.

 

1000여명 희생... 포승줄에 묶어 바다에 수장되기도

 

거제에서 6·25전쟁 전후 희생된 민간인은 1000명 정도다. 1949년 4월부터 50년 4월까지 군경에 의해 400여명, 1950년 7월부터 국민보도연맹원 관련 희생자 731명 등이다.
 
기록과 증언 등에 의하면, 처음에 희생된 400여명은 당시 거제에 주둔했던 백골·호림·백호·비호부대기 야산대(빨치산)를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되었다. 거제 동부면 구천계곡 민간인 희생사건이 대표적으로, 당시 10여 차례에 걸쳐 민간인 310명이 총살당했다. 이밖에 거제 연초면 송정고개와 일운면 구조라, 둔덕 방답, 장승포 신사 등지에서 민간인 70여명이 희생됐다.
 
보도연맹원 731명은 1950년 7월 21일 거제경찰서에 강제로 집결되었다. 이들은 같은 달 24~26일 사이 사흘간에 걸쳐 지심도·외도·칠천도 앞바다에 10여명씩 포승줄이나 철사줄에 묶여 수장(水葬)을 당했다.

 

진실화해위와 거제시가 유족들로부터 접수한 신청사건은 총 79건이다. 이들 가운데는 국민보도연맹사건과 부역혐의사건, 군경토벌민간인희생사건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국민보도연맹사건 신청 건수는 51건이다. 군경토벌민간인희생사건은 27건으로 이는 거제시 연초면과 일운면 구조라, 하청면 하청리, 거제면 옥산리, 동부면 구천리 등이다.

 

'민간인 희생자 추모사업회' 결성 추진

 

한편 진실화해위의 현장 조사를 계기로 거제지역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거제 민간인 희생자 추모사업회'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이행규 거제시의회 부의장을 비롯해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최근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추모사업회 추진위원회 발기인 동참 호소문"을 통해 "과거는 '오래된 미래'다. 과거는 희망찬 미래로 가기 위한 나침반이다. 과거· 현재의 튼튼한 밑받침이 있어야 거제 미래를 희망차게 열 수 있다. 하지만 거제에는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가슴 아픈 역사가 '까만 숯덩이'로 묻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희생자 유가족도 연좌제에 묶여 대를 이어 피해의식과 고통으로 숨죽여 살아왔다. 거제시민의 넓은 마음으로 유가족을 보듬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이제 구천을 맴도는 혼령 위로, 희생자 명예회복, 추모행사, 위령탑 건립, 거제역사바로세우기 등의 사업을 펼칠 추모사업회를 만드는 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거제시민의 의무이며 사명이라 생각"이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2008.01.16 08:53 ⓒ 2008 OhmyNews
#민간인희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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