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아낀다 … 4순위 청약 새 트렌드로

등록 2008.01.14 02:44수정 2008.01.14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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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경 기자] 미분양이 넘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는 팔리고 있다. 1~3순위까지 청약에서는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아파트들이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무순위(4순위)에서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해 파주운정신도시에서도 1~3순위까지 마감한 결과 절반의 분양에 그쳤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들의 경우 4순위 청약에 몰린 수요자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1~3순위 청약실적은 시간이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다. 지난 해 말 분양한 고양 식사지구의 경우 파주운정신도시보다 훨씬 높은 80%의 미분양률을 보였다. 올 초 분양한 고양 덕이지구는 1~2순위까지 청약을 받을 때까지 신청률은 10%에 불과했다.

이미 미분양이 전국적으로 10만가구를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률은 소수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이 낮은 청약경쟁률은 일단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저변에 넓게 깔려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제기된 고분양가 논란의 여파도 있다. 또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부터 더 낮은 가격에 나오는 아파트들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청약통장을 결정적인 때에 사용하려는 수요자들의 심리가 청약통장 사용을 극도로 아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식사지구 순위내 분양 '참패'


지난 12월 분양했던 고양 식사지구의 1~3순위 청약접수 결과는 80%에 가까운 미분양을 기록했다.

E4블록의 고양식사 벽산블루밍 아파트는 1~3순위 분양대상 178가구 가운데 5건의 청약접수만 받아 가장 낮은 청약률을 보였다. 고양식사 일산자이주상복합 역시 196가구를 분양했지만 청약접수는 9건에 그쳤다. 청약률은 각각 2.81% 및 5.11%로 한자릿수에 지나지 않았다.


자이 2블록은 특별공급분양을 제외한 1~3순위 청약에서 1974가구 분양에 205명만 청약했으며 A3블록의 벽산블루밍은 1434가구를 내놨지만 160명만 신청했다. 이 두 곳은 각각 10.39%, 11.16%의 청약률에 그쳤다.

벽산블루밍 A5블록은 914가구 분양에 281명이 청약(30.74%)했고 자이 1블록은 1252가구 분양에 447명이 신청(35.99%)했다. 자이 4블록은 1285가구를 모집했으나 598명이 신청해 46.54%의 청약률을 보였다.

지난 12월 분양한 고양 식사지구의 청약률은 결국 0.24대 1을 기록했다. 총 55개 주택형 중 순위내 청약을 마감한 것은 9개 뿐이었다. 나머지는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선착순 분양인 4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 덕이지구 역시 부진

올 1월 초 분양했던 고양 덕이지구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2순위까지 청약을 받은 결과 총 43개 주택형 가운데 순위내 청약을 마감한 것은 단 한 곳 뿐이었다. 다만 3순위에서 청약이 약간 늘어 총 12개 주택형에서 마감할 수 있었다.

5개 블록에서 총 4872가구를 분양하는 대규모 공급이었지만 특별공급분양을 제외한 1~3순위 청약에서 2132명이 신청해 청약경쟁률은 0.44대 1을 기록했다.

특별공급분양 역시 초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총 5개 블록에서 실시한 특별분양을 신청한 사람은 단 2명 뿐이었다. 동문굿모닝힐의 경우 A1블록에서는 1~3순위 693가구 분양에 323명이 청약했으며 A5블록에서는 862가구 분양에 686명만 신청했다.

신동아파밀리에는 A2블록에서 1207가구 분양에 단 178명만, A3블록에서는 432가구 분양에 56명만 청약했다. 각각 14.7%, 13.0%의 최저수준 청약률을 기록했다. A4블록에서 분양한 신동아파밀리에는 1676가구 분양에 889명만 신청했다. 결국 덕이지구의 대규모 미분양물량 역시 4순위 청약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높은 분양가가 '발목'

식사지구와 덕이지구의 분양성적이 극도로 초라해진 것은 무엇보다 높은 분양가가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식사지구보다 교통 등 입지나 환경이 더 우수한 덕이지구에서 분양성적이 더 낮게 나온 것은 높은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들의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브랜드나 입지조건에 따라 사람들이 몰리기도 했던 현상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식사지구의 경우 고양식사일산자이1블록은 3.3㎡ 당 1350만~1486만원, 2블록은 1434만~1533만원, 4블록은 1443만~1533만원 선이었다. 고양식사일산자이주상복합의 분양가는 훨씬 높았다. 3.3㎡ 당 1396만~1995만원이었다.

고양식사벽산블루밍 아파트도 상당한 높은 수준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A3블록에서는 3.3㎡ 당 1483만~1897만원, A5블록에서는 3.3㎡ 당 1483만~1797만원이었다.

일산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마두지구의 경우 30평형대는 4억~5억원 정도이며 48평형대도 8억원 밑으로도 매물이 나온다"며 "일산의 다른 곳에 비하면 식사나 덕이지구는 위치나 가격면에서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통이나 교육ㆍ상업환경 등 여건이 더 좋은 주변지역의 기존 아파트 가격이 3.3㎡ 당 1300만~1500만원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신규 분양물량의 가격이 결코 낮은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덕이지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산덕이 동문굿모닝힐은 A1블록의 경우 3.3㎡ 당 1392만~1573만원, A5블록은 3.3㎡ 당 1396만~1566만원이었다. 일산덕이 신동아파밀리에는 이보다 좀더 높았다. A2블록은 3.3㎡ 당 1406만~1685만원, A3블록은 1543만~1563만원, A4블록은 1409만~1686만원이었다.

덕이지구의 분양가는 3.3㎡당 1450만원대로 은평뉴타운 1지구의 940만~1340만원대보다 100만원 이상 비싸다.

◆ 청약통장 극도로 아낀다… 4순위 청약 새 트렌드로

높은 분양가뿐 아니라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극도로 아끼는 현상도 최근 대규모 미분양사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청약통장의 재당첨금지제도가 시행되면서 청약통장 사용을 꺼리는 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 또 청약가점제에 따라 청약점수에 자신이 없는 경우 아예 점수가 쌓일 때까지 청약을 미루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가 올해부터 본격 실시됨에 따라 더 낮은 가격의 아파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파주운정신도시의 미분양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굳이 청약통장을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양지영 팀장은 "청약통장을 한 번 써서 당첨이 되면 최장 10년까지 사용할 수가 없다"며 "기회비용을 따져서 광교나 송파신도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송도지구 등 미래가치가 높은 곳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청약통장을 굳이 쓸 필요가 없는 4순위에 수요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미분양 물량을 대상으로 하는 4순위는 청약통장을 쓸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지역 등 여러 제한조건도 그다지 제약을 받지 않기때문이다.

4순위에 청약자가 대거 몰린 사례는 지난 해 12월 파주운정신도시에서 처음으로 나타났다. 파주운정신도시는 1~3순위까지 청약미달 사태가 대거 발생했었다. 하지만 4순위에 쳥약이 대거 몰리면서 최대의 미분양에 4순위 청약이 '특수'를 맞은 것이다.

파주 삼부르네상스는 미분양 600여가구에 대한 4순위 청약에 5000여명이 신청했고 파주 두산위브도 4순위 청약경쟁률이 평균 9대 1을 넘어섰다. 당시만 해도 최근 분양시장을 감안하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4순위 청약 '특수'는 다른 곳에서도 속속 나오는 등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울산 매곡동 월드메르디앙 월드시티의 경우도 4순위 청약 첫날 계약자가 몰리며 전체 물량 중 절반 가량이 계약을 마쳤다. 이는 1~3순위 청약이 24%였던 점과 비교하면 배 이상 계약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 아파트는 2683가구를 분양하는 1~3순위 청약에서 단 648명만 신청했으며 전 주택형에서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었다.

◆ 4순위 청약 쏠림, 당분간 계속될 듯

최근 실시한 분양에서 인기를 끌었던 곳은 은평뉴타운과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송도지구였다. 이들 지역은 당초 예상보다는 못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수요자들이 관심지역에서만큼은 청약통장을 쓰겠다는 의향이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파주운정신도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청라지구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결국 인기가 많거나 관심이 쏠리는 지역이나 단지의 경우 순위내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끝까지 미분양으로 남거나 4순위에서 수요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경기도의 광교신도시다. 올 하반기에 분양할 예정인 광교신도시는 이미 수요자들이 청약통장을 아끼는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꼈던 청약통장이 광교신도시 청약에서 대거 몰려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올해 관심지역이 아닌 지역에서는 상당수 분양의 경우 1~3순위에서 미분양이나 경쟁률 하락 등의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획기적으로 낮은 분양가를 제시하거나 최고의 입지를 갖춘 신도시가 아니면 당분간 미분양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파트 브랜드나 입지조건은 아파트선택 기준에서 그 가중치가 다소 낮아져버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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