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지난해 성탄절, 집 근처에서 마지막 모습이 목격된 뒤 행방불명된 경기 안양 명학초등학교 우예슬(10)양과 이혜진(12)양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부모는 물론이고 경찰, 119 소방대원, 경기도 내 교사, 명학초등학교 학부모, 안양시민들까지 실종된 두 어린이 찾기에 나섰지만 아이들의 행적은 물론 생사 여부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매년 부는 겨울바람이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사건 탓에 두 아이의 가족들에겐 올 겨울 추위가 유난히 매섭게 느껴진다. 이와 관련 예슬양과 혜진양 부모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예슬양의 부모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고, 우여곡절 끝에 혜진이 어머니와 만날 수 있었다. “긴 여행을 떠난 아이의 귀가가 조금 늦어지는 것뿐”이라며 위안 삼는 혜진양 어머니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오전 10시경 경기 안양시 안양 8동에 위치한 한 단독주택에서 ‘윙~’하는 청소기 소리가 새어나온다. ‘주부가 집안청소를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기계음이다.
그러나 그 집이 지난 12월 25일 이후 행적이 묘연한 이혜진양의 집이었기에 그 집에서 들리는 ‘청소기 소리’의 느낌과 의미는 보통의 것과 다르다. 기자의 방문을 알리는 전화에 급하게 청소를 한 듯 거실은 깨끗했지만 열린 문틈으로 보인 아이들 방에는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었다.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던 듯 바쁘게 아침을 시작한 혜진양의 어머니 이연순씨(43)씨. “내가 강해져야 아이를 찾을 수 있다”며 말문을 연 이씨는 웃고 있었지만 그 미소엔 ‘생기’가 없었다.
이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 아침 혜진이 꿈을 꿨다”며 꿈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혜진이가 예슬이하고 집 앞 현관에 서서 울고 있었어요. 얼른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다시 돌아 가야한다면서 계속 울더라고요. 혜진이의 긴 머리카락도 짧게 잘려 있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단서는커녕 제보전화 조차 없어서 ‘차라리 협박전화라도 와서 목소리라도 들었으면’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에요.”
맞벌이로 바쁜 엄마를 위해 거실바닥을 닦고, 비가 오는 날이면 빨래까지 걷어 놓던 12살 난 막내딸. “술 마시고 밥 거르면 안 된다”며 아빠를 위해 작은 손으로 계란말이를 만들어 상을 차리고, 업무에 지쳐 귀가한 아빠의 양말까지 벗겨 주는 등 혜진이는 예쁜 짓만 골라했다고 한다. 혜진이 어머니는 지금도 ‘까르르’하고 웃어대던 혜진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선하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숨겼다.
“인형같은 내 동생 혜진이”
부모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자란 혜진이는 형제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6살 터울의 혜진이 오빠 성주는 평소 입버릇처럼 “인형 같이 너무 예쁘다. 이대로 안 컸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혜진이를 안고 바닥에 내려놓지 않았을 정도다.
3살 위 언니 혜경이 역시 동생을 몰래 떼놓고 놀러다니는 여느 자매의 모습과 달리 혜진이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했다. 일요일 아침, 혜진이가 교회를 함께 가지 않겠다고 하면 울 정도였다고 하니 이들의 형제애가 남달랐음을 짐작게 한다.
오빠 성주는 학교 보충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신촌, 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동생의 얼굴과 인적사항이 담겨 있는 전단을 배포하다 집으로 돌아온다. 언니 혜경이 역시 이날 공부방 친구들과 안양역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눠줄 계획이라며 바삐 집을 나섰다.
엄마 선물 사러 나간 뒤 깜깜무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