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물질에 넋을 잃다
청산도로 이동하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증도에서 배를 타고 나와 차를 타고 완도로 이동, 다시 배를 탔다. 배가 도청항에 도착하자 김종식 완도군수가 직접 주민 풍물패를 앞세우고 실사단을 환영했다. 증도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 청산도에 머물 시간은 두 시간 남짓, 불안했다.
영화 <서편제> 촬영장으로 유명한 당리마을로 급히 이동했다. <서편제>의 주인공 유봉, 송화, 동호의 소리인생이 묻어나는 당리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당집 건너편 밭에서 10여 명의 아낙들이 콩 수확을 하고 있다.
실사단이 발걸음을 멈춘다. 독특한 문화, 지역음식, 전통적 삶, 커뮤니티(공동체) 등을 강조하는 칫따슬로의 정신을 잘 읽은 것일까. 완도군의 치밀한 준비가 더욱 눈에 빛을 발한 것은 서편제의 롱샷의 배경이기도 했던 황톳길 양측에 있는 밭을 소를 이용해 쟁기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이동전화도 되지 않는 작은기미로 이동했다. 몇 명의 잠녀들이 늦은 시간까지 물질을 하며 실사단을 기다렸다. 이들은 가을바다가 뚝뚝 떨어지는 전복과 소라 등 해산물을 테왁에 담아 내왔다.
그들의 밝고 활기찬 모습에 실사단은 모두 박수를 보냈다. 이들은 잠녀들의 빗창과 호미, 테왁 등 전통어구에 큰 관심을 보였다. 갯가에서 작은 파티가 벌어졌다.
칫따슬로 국제연맹 회장의 만찬장 짧은 연설로 실사단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이런 도시(청산도)가 칫따슬로에 가입되어도 괜찮겠다고 확신했던 것은 콩밭에서 일하는 주민, 물질을 하고 나온 잠녀들의 감사하고 기뻐하는 ‘눈빛’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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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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