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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한 사촌동생이 집으로 놀러 왔다. 사촌동생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이제 좀 있으면, 지옥같은 고 3 생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 사촌동생이 학교와 학원의 방학을 맞이하여 놀러 온 것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는 사촌동생이 앞으로 겪게 될 고 3생활에 관한 근심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촌동생은 "이상하게 책 읽는 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교과서 보다가 보면 그냥 다른책 읽고 싶어 질때가 있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럴수도 있겠다."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사촌동생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답답하니깐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으면 간접적으로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잖아. 책은 간접 체험이니까"라고 대답했다.
나는 평소에 책에 대한 나름의 태도가 있었던 지라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여, "책이 무슨 간접 체험이야! 책은 직접 체험이지"라고 말했다.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자 무안한 듯 사촌동생은 알았다고 나의 의견에 마지못해 동조했다. 갑자기 언성이 높아진데 나 역시 좀 무안했지만, 사촌동생에게 책이 왜 직접체험인지 설명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사촌동생은 다시 되물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에 책에 대한 내 태도를 이렇게 써내려감으로써 사촌동생이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우리는 보통 대화를 한다. 그리고 대화는 영어로 다이알로그(Dialog)이다. 뒤에 log에서 알 수 있듯이 대화는 logic 즉 논리, 이성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화를 통하여 논리력, 이성적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대화는 보통 나를 중심으로 한명, 혹은 다수와 하는데, 대화를 하는 동안 우리는 자연히 이야기가 잘 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한다. 전자의 사람과의 대화에는 집중할 수 있지만, 후자와의 사람과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대화를 체험으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직접 체험이라 말할 수 있다.
책에는 저자가 있고, 주인공이 있다. 우리는 책을 읽음으로 인해 저자, 주인공과 대화를 한다. 예를들어 <상실의 시대>를 본다면, 독자는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 주인공인 와타나베와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진행한다. 그리고 책을 다 읽든 아니든 독자는 그 대화를 통해 나름의 결론을 짓는다. 독서는 내 역사와 전통이 책의 저자, 주인공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과 저자, 주인공 간의 대화가 잘 이어져 나간다면, 우리는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는 책을 덮어 그 대화를 중단한다.
이렇듯 독서는 대화의 일종이다. 그리고 대화가 우리의 직접체험이라면 독서도 마찬가지다. 좀 빗대어 설명한다면 책은 여러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창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창문을 통해 맞이할 수 있는 신선함은 직접적인 것이지 간접적인 것은 아니다.
2008.01.10 08:4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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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간접 체험이라고? 아니 책은 직접 체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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