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에 목적이 끼면, 그 뒷모습이 안쓰럽다

[평범한 아줌마 선생의 인도여행 ⑫] 마날리에 도착하다

등록 2008.01.08 20:49수정 2008.01.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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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금

동양의 알프스, 마날리 도착


마날리 도착. 마날리란 지명은 마누법전을 만들었다는 ‘마누신’+사는 곳이란 뜻의 ‘아라야’=‘마누아라야’에서 마날리가 되었단다. 깜빡 잠이 들었던가 싶었는데. 현재 시각 이른 아침 6시. 새벽안개가 아직 거치지 않아서일까? 파르스름한 싸한 기운에 코끝까지 시리다.

마날리는 긴 일자형의 마을로 계곡물이 마을 한가운데를 위에서 아래로 횡단하듯 흐르고 있다. 제법 물의 양이 많은 걸로 보아 최근에 비가 왔나보다. 이곳은 맥간보다 고도가 훌쩍 높아진 2000m의 산간휴양지로, 몬순의 비구름띠가 이곳에까지 올라와 있을지? 물소리가 조용하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아랫마을은 뉴마날리, 다리 건너 가파르게 길 따라 오르면 올드마날리다. 뉴마날리는 최근에 개발된 지역으로 서양식 고급 레스토랑과 고급 호텔과 게스트하우스들이 들어차 있는데 비해 올드마날리는 낡고 오래된 알뜰 배낭객들이 주로 찾는 게스트하우스와 식당들이 주를 이룬다.

친구 정연이를 만나기로 한 곳은 도미토리 겸 식당을 겸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흥선대원군. 헥헥거리며 지도와 꼬불꼬불한 주변 지형을 살피며 한참 오르고 있었다. 지나는 사람조차 전혀 없다. 이 정적이 미로 한가운데 고여 있는 진공처럼 느껴져 차라리 뚫려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편이 나을 성싶다. 숨을 크게 다시 내쉬었다. 습한 공기가 늑골에 깊이 스며든다.

흥선대원군은 올드마날리에서도 가장 윗녘으로, 주변은 온통 채소밭과 옥수수밭, 사과나무 과수원 그리고 농가들로 빙 둘러 쌓여 있는, 말하자면 시골마을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흥선대원군’이란 팻말따라 밭고랑으로 들어가니 2층 건물로, 벽면에 한복 입은 조선기생인지 주모의 모습. 서툰 솜씨지만 아마 한국인 여행자라면 그 반가움은 반감되질 않을 듯. ‘휴~제대로 찾아왔군!’ 아무리 기웃거려도 사람의 인기척이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아무래도 아직은 활동하기에 이른 시간인가보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문을 여니 의외로 쉽게 열린다. 도미토리다. 깜깜나라 한밤중의 풍경! ‘흥선대원군 나리! 완전히 잠에 취하셨군요.’

흥선대원군 옆 게스트하우스에 들다


조용히 문을 도로 닫고 계단에 앉아 잠시 생각하는데 제법 깔끔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한 채가 바로 지척이다.

쾅쾅! 사무실 의자에 앉아 기역자 모양으로 조는 총각을 깨워 열쇠를 받고는 숙박장부는 나중에 적기로 하고 바로 방으로 안내받자마자 의자 위에 배낭을 한 방에 거꾸러뜨려 눕히고 피곤함이 졸음으로 바뀌는 순간 잠에 빠져들었다. 세상 어느 스위트룸보다 편안하고 달콤한 싱글룸 잠자리였다.     


무슨 소리일까? 눈썹 근처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리며 가까이에서 울리는 소리. 처음 눈 뜨는 일은 항상 두렵다. 눈뜨는 일부터가 늘 현실의 벽이었다.

‘내 마음은 어디 갔다 왔을까? 잠을 자는 동안 무슨 일을 보고 겪었을까? 그리고 저 바깥 빛의 세계엔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가는 눈을 떴다.

방 안은 완전히 파리떼들의 천국이었닷! 얼추 보아도 벽과 창에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어 족히 70, 80? 아무튼 벽, 천장에 콕콕 박혀 있다. 어디서 들어온 걸까? 처음부터 이 방에 있었나? 이런 방에서 스위트하게 잘 수 있었다니.

맥간을 떠나온 것이 실감난다. 인도여행 시작한 후 첫 정을 맥간에서 모두 주고 왔을까? 이곳이 낯설고 정이 가지 않을 거 같아 괜히 심술이 난다. 정이란 한곳에 정착하면, 뿌리가 뽑힐 때까지 다른 곳에 씨를 뿌릴 수 없는 것인지.

‘이런 이야길 목사님이나 스님께 했다면 아마도 그건 정착이 아니라 집착일겝니다’라고 하셨을 테지. 크….‘

하지만, 마음이 왜 이리 허전한고. 그냥 뻥 뚫려 도무지 채워지지 않을 것만 같다. 바람이 싸하고 통과한다. 정연이를 만난다는 기대감마저 없었다면 난 이곳에 배낭 밑바닥에 있는 짐까지는 풀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은 다만 레로 올라가기 위해 거치는 통과의례 같은 느낌. 간이역 같은.

‘동양의 알프스라고? 파리떼 투성이구먼. 일단 이 놈들을 발본색원해야지…. 시끄러워 어디 동침하겠나?’

창문을 열고 공기를 바꿔놓고 싶었다. 창을 드르륵 여는데 갑갑하게 사방이 막혀 있다. 옆집 농가의 모습. 2층 목조 건물로, 1층이 외양간이고 2층은 농부의 살림집. 짐승과 인간이 위 아래층으로 이웃하며 살고 있다. 아기 송아지와 엄마소가 다정하다. 엄마소가 눈을 꿈벅거리는데 눈썹에 파리들이 들러붙어 있고, 바닥에 누런 소똥들이 수북하다.

 마날리의 어느 시골집
마날리의 어느 시골집신영미

어머나! 마날리 버스 안에서 만났던 이난희씨. 그리고 델리에서 보았던 쌍쌍팀의 훈이씨가  게스트하우스 현관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몇몇의 한국 젊은이들. 졸지에 이곳 게스트하우스가 한국여행자들로 바글바글.

“훈이씨! 반가워요. 어떻게 이곳에서….”
“저흰 델리에서 바라나시를 거쳐 바로 마날리에 왔어요. 바라나시 아시죠? 탈출하다시피해서 이곳에 왔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는 이곳이 너무 좋았거든요. 벌써 2주 가까이 머물고 있죠. 차츰 마음에 드실 거예요. 특히 이곳 풍경이 끝내줘요. 히말라야의 전나무 숲 캡이죠. 저희 방으로 가보실래요? 지금 묵고 계신 곳은 발코니 없죠?”


“하하… 전망 별로던데요… 그런데, 인창씨는 어디 갔어요?”
“그 선배 많이 아파요. 방에 누워 있어요….”
“저런! 그럼, 병원에 가봐야지 않겠어요?”
“뉴마날리의 병원에서 약을 받았는데 잠시 차도가 있다가 다시 도져서 밥도 계속 굶고 저리 누워 있어요. 실은 그래서 다음 주 수요일로 항공권을 리컨펌했구요. 귀국할 예정이에요.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요.”

“그래요? 델리로 내려가려면 또 한참인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몸이 좀 회복되어야 하잖겠어요?”
“네… 그래서 실은 걱정이죠….”
“아직 며칠 시간 있으니 병원에 가는 것이 순서일 거 같은데요. 우리 전망구경도 하고 인창씨 상태 좀 볼 겸 남자들 방에 들어가 볼까요?”

여행자도 때론 아프다

인창씨는 창백한 얼굴로 잠을 자는 건지, 눈 뜰 기력조차 잃은 건지 굳은 냉동생선처럼 누워 있었다. 몇 장의 담요를 둘둘 말아 덮었는데도 몸을 떨고 있다. 몸살에다 낯선 이국땅 장기여행의 피로가 겹친 기색. 이러다 멀리 타향 인도여행 중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말겠다. 그러면 한동안 인터넷에 떠돌다가 인도여행을 용기 있게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겠다싶다. 무슨 수를 써야겠는데….

발코니에 나가서기도 전에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어댄다.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발코니에 발을 디디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지고 말았다.

“우오와~~” 난희씨와 뚜엣으로 감탄사 연발!

저 멀리 원경으로 보이는 겹겹의 히말라야의 봉우리들. 그 능선과 능선을 포근히 덮고 있는 전나무숲(?)과 봉우리 사이에 고인 물안개 같은 흰구름.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 눈에 담기에 능선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너무도 멀기 만하여 그만 가슴을 쓸어내리고 말았다. 그랬다. 이리 먼 거리에서 떨어져 바라보지만,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전나무향이 너무 짙게 느껴졌고, 실제 풍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노아의 방주와 유사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마누의 전설’이 기원이 되는 곳이란 가이드북의 설명을 떠올렸다. 마누는 홍수가 나자 히말라야 봉우리로 피해 인류를 재창조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저 히말라야는 살아 있는 노아의 방주로 보였다. 마치 노아의 방주를 뒤집어 놓은 듯한. 생명의 시원이 되기에 충분한 풍경이었다고나 할까?

먼저 인창씨에게 투라시 히말랴야 제품의 감기약과 로얄제리를 먹였다. 조금 있으니, 잠이 들었는지 뒤척이지 않는다. 잠이 보약이니 일단 두고 보는 편이 낫겠지. 조용히 허리를 구부리고 방을 빠져나왔다. 뒤에서 마날리의 히말라야가 ‘쉿!’하고 등을 떠밀고 있다.

여신을 모신 하담바데비 사원

마날리 시내로 나왔다. 시내구경은 언제나 흥밋거리였는데, 새로운 물건들…. 새로운 거리… 냄새… 음식들… 사람들… 헌데, 왜 마음이 새로움에 취해 즐거워지지 않는 거지? 가끔 구식의 유물 나!

비가 오고 있었으므로 우산을 받쳐 들고 한가한 걸음으로 둥그리(Dhungri)사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둥그리사원은 하딤바(Hadimba)사원이라고도 불리는 힌두사원으로, 영웅 비마(Bhima)의 아내인 여신 하담바데비를 모신 곳. 오래 전에 마날리를 다스렸다는 전설이 있단다. 사원 앞에 화려하게 장식된 흰 소가 한 마리 있고 구운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의 손길이 바쁘다. 옥수수알을 배어 물면서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씹어도 잘 부서지지 않는 질긴 옥수수알. 끙~

사원 바로 앞은 자연공원. 경비실이 있다. 갑자기 졸고 있던 경비원이 눈을 번쩍 뜬다. 감각이 놀랍다. 5루피를 냈다.

비가 와서인지 공원은 텅 비어 있었다. 빗방울이 우산을 투닥거리고, 젖은 흙을 헤집어 놓을 만큼 굵어지면서 새소리마저 끊겼다. 전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듯이 우거져 있는 천혜의 자연숲. 도대체 나무들의 수령은 얼마나 될지. 태초에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비옥한 토양을 모태로 삼아 천년의 꿈으로 쑥쑥 자라면 이만한 굵기의 아름드리가 되려나. 바위들도 무지막지하다. 하늘이 갈라지면서 어디선가 바위덩어리가 땅 위로 우박처럼 떨어져 흙바닥에 눌러앉아 오랜 세월이 지나면 이런 바윗덩어리들이 되려나. 거대한 바위와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숲!

비가 와선지 바닥을 완전히 덮고 있는 풀들과 바위에 낀 이끼들의 초록이 더욱 영롱하게 짙고 푸르다. 마치 초록의 거대한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 다시 돌아 나오는데 팻말 하나가 눈에 띤다.

‘자연은 우리들의 어머니와 같습니다.
한번 잃으면 또 다른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


‘어머니!’, ‘하담바데비여신’, ‘천년의 숲’… ‘초록의 거대한 인큐베이터’… 내 안의 여성성이 자꾸 꿈틀거리는 거 같다.
 
사원은 1553년에 건축된 목조건물로 단순하고 소박한 모습인데, 키 큰 침엽수림으로 둘러 쌓여 있고, 흐린 날이어선지 어둑한데 어쩐지 끈끈한 느낌이다.

사원에는 대부분 가족 단위로 혹은 남녀 짝지어 경배하는 것 같았다. 혼자서는 왠지 들어가기가 주저됐다. 마치 갤러리의 안내양처럼 입구 쪽에 혼자 서 있자 거대한 체구의 인도인 남자가 함께 들어가기를 권했다. 별로 참배객들이 많지도 않은데 깍듯이 줄을 서는 모습.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파는 경배물품으로 꽃과 향, 야자열매를 산다.

안은 더욱 어둡고 습한데, 바위덩어리가 놓여 있어 영락없이 동굴에 들어온 느낌. 여신을 모신 조각상이 왠지 으스스. 바위 앞에는 약수터처럼 물이 고여 있고, 옆에 촛불들의 촛농이 줄줄 흐르고 있다. 인도사람들은 그 약수물(?) 앞에서 절을 하며 구부린 자세로 계속 뭔가 주문을 외우며 복을 비는 모습. 나도 따라서 5분여 숙연하게 절을 올렸다. 기도는 언제나 들뜬 마음을 다독여 줘서 좋다. 사원을 관리하는 인도인이 뭐라 알 수 없는 말을 건네더니 내게 빨간 물감으로 이마에 점을 찍어주고, 나올 때는 말린 찐 밥에 설탕을 절였는지 달콤한 밥알을 한줌씩 비닐에 담아준다. 거리의 아이들이 이 밥알을 먹으며 끼니를 해결하는 거 같다.

그런데, 이 남자 뒤를 졸졸 따라붙으며 이 곳은 가족이나 부부가 들어가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벌써 부부가 된 거란다. 이마의 빨간 점은 그 징표란다. ‘뭔 소리여?’ 근처에 자신의 집이 있고 보석 세공하는 일을 하는데, 차를 한잔 같이 하잔다. ‘이런! 작업 들어온 건가?’

씩 웃는데 이가 누렇고 이 사이가 검게 썩어 있다. 빤이라는 환각성 입담배를 많이 피운 티가 역력하다. ‘하담바데비 여신이여! 내 안의 여성성은 이렇게 확인받고 싶진 않아욧!’

제가 어렸을 때 좀 방황했음죠. 엄마는 빨리 장가가라는데 아직 상대를 못 만났습죠. 그런데 몇 살이신가요?”

어쩔거나… 인도사람들은 한국여성을 좋아한다더니.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우리들 나이를 전혀 짐작하지 못하더란 체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세요? 전, **인데요….”
“히잌!”
“이렇게 지나는 여행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차까지 대접하신다니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한국 집에 다섯 명의 아이와 통화하고 좀 기분이 울적했는데,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순식간에 다섯 아이의 다산 엄마가 되었다.)”
“히잌! 다섯?”
“네… 인도에서는 다산하는 여인이 미인인가요? 요즘, 인도의 사회적 분위기는 산아제한으로 가나요?”


대답이 없다. 이후 대화는 자꾸 엉켜가고 있었다.

“저… 실은 이 짜이는 제가 대접하고 싶었어요… 얼마죠?”

휴유~ 하담바데비 여신의 보살핌으로 다행히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쳤다. 친절에 목적이 끼면, 결국 저리 뒷모습이 안쓰럽다. 그를 바라보는 마음도.

동네 할아버지 의원의 인술

돌아가는 길에 인창씨가 생각났다. 주변을 살펴보다가 가게에 물어보니 병원이 있단다. 일단 답사 차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뒤져 찾아가 보니 정식 병원이 아니라 쬐그매한 동네 할아버지 한의원. Himalaya ayurvedic centre Kullu HP. 할아버지 의원의 인상이 인자하시다. 잠시 후에 다시 환자와 찾아오기로 하고 게스트하우스로 서둘렀다.

“인창씨, 어찌 이리 아프게 됐어요?”
“혼자 여행한 건 이번이 첨이구요. 훈이하곤 인터넷에서 만나 함께 하기로 한 건데요. 바라나시에서 물이 적응이 안 되었어요. 그 이후로 좀 몸이 안 좋아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따라 여행을 많이 다녀서 여행에 자신 있었거든요. 여행하는 동안 이렇게 아파보긴 첨예요.”

인창씨와 한의원에 들어섰다. 오래된 한의원답게 낡은 창틀 너머 저녁햇살이 번지자 먼지가 뽀얗게 반사되어 보인다. 그 앞 책상에 할아버지 의원이 앉아 있고, 곁에 동네 아저씨가 초빙되어 와선 통역을 맡았다.

꼼꼼하시다. 손목 진맥을 한참 잡으시더니, 이마와 겨드랑이 열을 체크하시고, 입안을 검사하시고, 배의 이쪽저쪽을 꾸욱꾸욱 눌러가며 질문하시고, 등에 청진기를 대보시고, 손과 발을 주물주물 주무르시며 계속 환자와의 질의응답. 드디어 답이 나오셨나보다.

허허… 기력이 쇠해서 장에까지 장애가 왔고, 간이 허약하고….”

약 선반에서 주섬주섬, 약이 무려 8가지. 주로 생채, 약초를 재료로 하는 것들. 약만 한 아름 한 보따리인데 이 많은 약을 언제 다 먹을까 싶다. 아예 보약을 지으신 거 같다. 문제는 이 약들에 대한 설명. 듣는 사람은 염두에도 없으시다. 헌데, 인창씨 얼굴에 비로소 웃음이 돌아왔다. 할애비의 정성과 보살핌을 제대로 받은 손주 아이처럼 그의 맘이 편안해진 탓이리라.

여행자보험을 들어둔 인창씨를 위해 진단서와 진료확인증을 요구했지만, 그런 건 없단다. 간단하게 그냥 흰 종이 위에 약간의 메모만 적어 보여준다. 말없이 지켜보던 인창씨 웃으며, “It's OK!" 사인을 보낸다. 의원도 흡족한 표정. 통역아저씨도 썩 흐뭇한 표정.

벌써 슬슬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붉그스레한 노을빛이 따뜻하다. 노을을 바라보면 늘 귀소본능을 자극한다. 새들이 둥지를 찾듯이. 훈과 인창씨가 자주 간다는 단골 카페에 들어섰다. 다즐링 차향이 좋다. 내일이면 정연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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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마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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