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연령끼리 앞모습과 옆모습, 남자와 여자 등의 특성을 참 자세하게 사진으로 기록한 이 사진을 보면서 마루타를 떠올렸다면 지나친걸까?
김현자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화하여 효율적으로 통치하고자 1902년부터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고적이나 민속, 문화재 등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작업은 1940년대,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는데 조사와 함께 사진으로 남기는 한편 궁궐을 비롯한 유적지는 훼손하고 문화재들은 강탈해간다.
이렇게 제작된 유리건판(사진)들은 처음에는 경복궁 건청궁 터에 지은 조선총독부박물관에 보관된다. 이후 광복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총 3만8천여 장 중 궁궐 사진은 800여 장인데 그중 500여 장의 사진을 간추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 궁궐 사진전을 기획한 것이다.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데 성공한 일본은 조선의 상징이자 심장이랄 수 있는 궁궐 곳곳을 의도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한다.
궁궐 정면인 근정전 앞에 거대한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어 궁궐을 압도하는가 하면 '조정'이라 하여 문무백관들이 국왕에게 조하를 올리던 덕수궁 중화전 안마당의 박석들을 걷어내고 화초들을 가득 심는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현장인 건청궁을 헐어내고 조선총독부 박물관을 짓는가 하면 경복궁의 영제교나 광화문을 헐어 엉뚱한 곳에 옮겨놓는다.
일본은 수많은 궁궐 전각들을 헐어버리고 서양식 정원을 조성한다. 지금이야 공원이나 운동장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잔디는 일제강점기만 해도 죽음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우리 조상들은 이 잔디를 조상의 무덤이나 사당에만 심었다. 하지만 일본은 당시 죽음의 공간을 상징하는 이 잔디를 궁궐 곳곳에 심기도 한다.
일제는 이처럼 훼손하는 한편 그 원래 모습을 유리건판 사진으로 남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사진들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때 파괴되어 원형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원래 모습을 알게 하여 복원하는 자료로 그간 쓰여 왔다. 궁궐도 마찬가지, 이번에 전시하는 이 사진들은 경복궁 등의 궁궐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