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구언의 노을금강하구언에 노을이 지고 있다
임재만
금강하구언 넘어 먼 수평선으로 점점 농익은 붉은 해가 떨어진다. 황사가 하늘을 노랗게 흐려놓았지만 붉은 해는 여느 때와 같이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며 하루를 넘기고 있다. 땅거미가 길게 늘어지며 수평선 위에서 머뭇거리던 붉은해는 이내 서해바다로 풍덩 빠져들고 말았다.
붉은 해가 수평선 넘어로 완전히 몸을 숨기자 멀리서 새들의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잠시 후 가창오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강물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아니 누가 신호라도 한 것처럼 가창오리가 일순간에 날아 오른 것이다. 날아오른 가창오리 떼는 제각기 이리 저리 날더니 다시 합해져서 멋진 군무를 시작한다.
이들은 산등성이 위로 높이 올라섰다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하여 노을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해는 이미 넘어 갔지만 하늘은 아직 붉은 노을을 지우지 못하고 이들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노을이 붉게 물든 멋진 하늘을 화폭삼아 그들은 축제라도 시작한 듯 경쾌한 몸놀림으로 멋진 군무를 연출한다.
북쪽으로 달려가다 다시 남으로 방향을 틀기도 하고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금강하구언의 하늘에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마치 올림픽 전야제 때 마스게임을 보는 듯, 오랜 훈련이라도 받은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들의 움직임을 숨죽이며 바라보고 있노라면 의문이 꼬리를 물며 넋을 잃고 만다.